“인권보호 법원 책무 못다해 죄송” 어느 판사의 진솔한 사과… 간첩누명 교포 울렸다

입력 2011-12-23 01:07


1970∼80년대 간첩 사건에 연루돼 유죄 선고를 받았던 재일동포들에 대한 재심에서 심리를 맡은 부장판사가 직접 사과의 뜻을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최재형)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으로 기소된 박모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박씨는 북한 지령을 받고 재일조선인총연합회가 운영하는 학교에 한국 유학생을 유치하려 한 혐의로 1983년 기소돼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77년 지인의 친척에게 불온서신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재일동포 유모씨에 대해서도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적표현물을 제작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최 부장판사는 선고를 한 뒤 “당시 남북이 첨예한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원이 당연히 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재판부가 법원과 국가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당시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사과했다. 재판을 지켜보던 피고인 가족과 지인들은 기쁨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 “28년 만에 올바른 판결을 내린 대한민국 법원에 감사한다”고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