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봉사활동 중 쓰러져 뇌사 50대 여성, 만성질환 4명에 장기 나눠주고 떠나다
입력 2011-12-23 19:17
교회 봉사활동 중 갑자기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50대 여성이 만성질환자 4명에게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전북대병원은 전북 김제시 용지면에 사는 임춘자(55)씨가 23일 50대 김모씨 등에게 신장과 심장, 간 등을 떼어주고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김씨에 대한 이식수술은 전북대병원에서 실시됐고, 나머지 장기는 다른 지역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환자들에게 전해졌다.
임씨는 지난 17일 30여년째 다니던 신흥교회 교인들과 마을 경로당에서 노인들에게 식사 대접을 한 뒤 저녁 무렵 교인들과 식당으로 가 자리에 앉던 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면서 쓰러졌다는 것이다. 응급실로 옮겨진 임씨는 뇌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3일 오전 끝내 뇌사판정을 받았다.
충격적인 소식에 가족 모두가 비통함에 잠겼다. 하지만 남편 안모(59)씨는 두 아들, 처남들과 상의해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임씨는 생전에 교회 권사로 여성전도회장과 마을 부녀회장 등을 맡아 조용히 마을 일에 앞장서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꾸준히 홀로 사는 노인과 양로원 등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지난 3월에는 야간고등학교에 입학, 사회복지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기도 했다.
교인들은 평소 말이 없지만 웃음은 많았던 고인의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교회 김애경 사모는 “성실하고 더 없이 좋은 분이었는데, 너무 이른 나이에 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편 안씨는 “평소 이웃돕기를 좋아했던 아내를 생각하면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며 “죽음이 헛되지 않게 장기이식을 받은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술을 집도한 전북대병원 유희철(간담췌·이식외과) 교수는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들은 현재 예후가 매우 좋으며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며 “기증자의 평소 뜻이 없었다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인 만큼 고인의 숭고한 마음에 병원과 수혜자를 대신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