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北 외교 유훈통치, ‘핵문제·對中관계’ 유지할듯

입력 2011-12-23 19:05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외교 분야에서 어떤 식의 ‘유훈통치’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과거 김일성 주석 사후에도 수년간 김 주석 명의의 신임장을 상대국에 제출하는 등 국제관례에서 벗어난 외교행보를 보인 전례가 있다.

신임장이란 외교사절을 파견할 때 파견국 국가원수가 접수국 국가원수에게 해당 인물을 외교관으로 임명했음을 통보하는 일종의 신분증명서다. 보통 국가원수가 바뀐 경우에는 새 원수의 신임장이 필요하지만 북한은 김 주석이 사망한 1994년 7월 이후 25개국에 김 주석 명의의 신임장을 제출해 외교적 물의를 일으켰다. 북한은 심지어 김 주석 사망 4년 뒤인 98년 7월 지용호 주페루대사를 파견하면서 김 주석 이름과 주체연호가 들어간 신임장을 페루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물론 이러한 외교행보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주석제를 폐지하고 외국에 대한 국가대표권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일임했다. 따라서 현재 북한 외교사절의 신임장은 김영남 상임위원장 명의로 제출된다. 대외적인 북한의 국가원수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인 셈이며 이는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 위원장 사후 외교 분야에서의 유훈통치는 제도보다는 내용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핵문제와 대중관계 등 굵직한 사안 위주로 김 위원장이 펼쳤던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현상유지나 개선을 모색하는 시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 대화나 북핵 관련 6자회담 재개 등 모멘텀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당분간 북한의 중국 의존도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당국에 의하면 김정은이 지난해 김 위원장의 방중 때 동행했다는 설도 제기됐듯이 김정은과 중국 지도부 사이에 교감도 일정 정도 이상이라는 전언이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김정은이 중국 5세대 지도부 출범에 맞춰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만나게 될지 여부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