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살처분 고수’ 구제역 禍 키웠다… 감사원, 75개 시·군 방역 실태 점검
입력 2011-12-23 18:53
농림수산식품부가 구제역 사태 초기 살처분을 고수하다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는 초동대응에서 판단 실수를 했을 뿐만 아니라 구제역 의심신고 검사, 구제역 항원 비축·관리 업무, 살처분 보상금 지급, 매몰지 조성지침 등 곳곳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감사원은 23일 농식품부와 75개 시·군을 대상으로 한 ‘구제역 방역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구제역 방역 총괄기관인 농식품부가 구제역 발생 및 진행상황, 방역조치, 사후관리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축산정책관 등 농식품부 공무원 7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 결과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의 구제역 발생 사실을 접수하고도 2004년 마련된 ‘구제역 발생유형별 대응 방안’에 따른 긴급예방접종(반경 10㎞ 대상)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살처분만으로 구제역을 종식시킨 경험이 있고 축산농가에서 반대한다는 게 이유였다.
구제역 백신은 2000년 국내에서 접종된 경험이 있고 차단방역 효과가 이미 입증됐지만 농식품부는 백신이 살처분에 비해 비용이 더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축산물 수입압력을 초래할 수 있고, 축산물 청정국 지위 회복에도 장애가 된다며 백신접종 반대 여론을 앞장서 조성했다.
이렇게 살처분만 고수하던 농식품부는 1개월 후 구제역이 경기도 파주시·연천군·양주군·고양시 등으로 확대된 뒤에야 백신접종을 결정했다. 백신접종이 결정된 후에도 농식품부는 구제역이 주로 소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접종대상에서 돼지를 제외했다. 이로 인해 이후 돼지에서 구제역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이 됐다.
축산기술연구소 등 시·도 가축방역기관에서 구제역 진단장비로 활용할 수 없는 ‘간이항체키트’로 구제역 감염 여부를 임의 판단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백신 생산용 항원은 15년 이상 사용 가능한데도 업체 주장만 듣고 130만두 분량의 백신을 폐기, 최대 7억4000만원의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
감사원은 또 살처분에 대한 보상금 산정 기준이 미비하고 조사도 허술해 살처분 보상금 85억여원이 과다 산정·지급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A축산계열화법인 계열 5곳을 점검했더니 수탁농장 64곳에서 살처분 두수와 체중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보상금 51억여원을 과다 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