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바뀐 한국축구 골격… ‘해외파 비빔밥’ 조합서 K리그 팀정신으로 간다
입력 2011-12-23 21:17
최강희(52) 새 축구대표팀 감독은 소속감과 명예심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본인 표현처럼 사춘기 때 막 살아봤고, 선수는 비메이저급으로 은퇴했다. 프로팀 트레이너부터 시작해 코치, 감독이 되기까지 축구판 밑바닥도 경험했다.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본인이 발 딛고 있는 근본을 가장 중시하게 됐다는 게 최 감독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 말이다.
전북 현대를 이끌고 K리그 대표 지도자가 된 최 감독이 새 대표팀을 ‘K리그 팀 스피리트’로 이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리거냐 해외파냐 하는 단순한 선수 구성 측면만이 아닌, 대표팀 기본 컬러를 ‘K리그 대표팀’ 중심 구도로 가져간다는 뜻이다. K리그 대표팀이라고 해서 최 감독이 해외파를 무조건 배제한다는 것은 아니다. 해외파 가운데 뛰어난 선수들은 물론 발탁하되 태극전사 수급 메인 시장을 국내 K리그로 가져갈 것이라는 의미다.
전임 조광래 감독은 ‘그래도 해외파인데’라는 생각을 가졌다. 조 감독 자신이 3년 뒤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나가고 싶어했기 때문에 스무살 안팎의 어린 유럽파 선수들도 훗날을 위해 가급적 대표팀에 불렀다.
결국 조광래호는 ‘해외파 비빔밥’ 비슷하게 끝났다. 박지성 이영표 등 해외파 핵심 선수들이 조광래호와의 결별(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막판에는 해외파와 K리거 가운데 누가 밥인지 나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한 경기력 위기 상황을 맞았다.
최 감독은 지난 2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사람의 성격이나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감독들도 축구관이 저마다 다르다. 대표팀이 많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며 조광래호와의 차별화를 언급했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순수 토종 출신인 최 감독은 K리그의 우수성을 대표팀에서 실현해보겠다는 K리그 감독으로서의 개인적 소명 비슷한 것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이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이 끝나는 2013년 6월까지만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한 것도 K리그 정도라면 아시아 국가들을 이기고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협회 관계자는 “최 감독은 대표팀이 볼 좀 찬다는 선수들의 단순 합집합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며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하는 최 감독 스타일상 굳이 유럽 벤치에 앉아있는 해외파 허명에 연연해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