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1년-⑤ SNS] 소통 영역 넓혔지만 ‘흑색선전’ 진원지로
입력 2011-12-23 18:52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고유의 역할을 넘어 여론을 움직이며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괴력을 지닌 매체로 부각됐다. 그러나 각종 루머와 흑색선전이 빠르게 유포되는 ‘괴담의 진원지’라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SNS는 곳곳에서 논란을 촉발시켰고 기존 제도를 뒤흔들었다. 10·26 재보선 때는 공직선거법과 충돌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를 앞두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SNS 규제에 나섰다. 누구를 지지하는지 널리 알려진 인물이 선거 당일 투표를 독려하는 행위는 투표 당일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송인 김제동씨가 얼굴을 가리고 투표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서 유명인과 일반인의 인증샷 행렬이 이어졌다. 가이드라인은 무력화됐다. 제도가 사회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비판마저 나왔다. 선관위 관계자는 “SNS를 제도 안으로 어떻게 끌어들일지 곤혹스럽다”면서 두 손을 들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SNS 전담팀을 만드는 등 팔을 걷어붙였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부와 SNS의 2라운드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됐다.
판사의 정치적 중립 논란도 뜨거웠다.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판적 의견을 담은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대법원이 “SNS를 분별력 있고 신중하게 사용하라”라고 권고했고, 일부 판사가 반발했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와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가세해 이명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연일 SNS에 올리며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해외에서 SNS는 괴력을 발휘했다. 아프리카·중동에서는 민주화 혁명을 이끌었다. 튀니지를 시작으로 예멘, 이집트, 리비아로 이어진 민주화 시위를 촉발하고 끊임없이 ‘피플 파워’를 공급한 원천은 SNS였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 철권통치가 무너졌다.
자본주의의 불평등에 항의하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도 SNS로 촉발됐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조직된 시위대는 특정 주도세력 없이 미국과 유럽에 이어 우리나라까지 전 세계 80여개국으로 전파됐다. 러시아의 반정부 시위도 SNS 없이는 불가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풍자하고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게시물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넘쳐흘렀고 푸틴 총리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시위대 수십만명이 모였다. 중동·아프리카 민주화와 러시아 반정부 시위에 겁먹은 중국 정부는 최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대한 실명제를 단행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