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北, 당장 체제붕괴 없을 것… 장기적 ‘시장개방’ 대비해야
입력 2011-12-23 18:50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23일 열린 ‘김정일 사망, 한반도의 미래는’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체제가 붕괴하거나 급변사태가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북한의 시장 개방이 북한 체제 변화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북한 급변 사태 없을 듯”=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해서는 1994년 김정일 집권 당시에 비해서는 상황이 좋지 않지만 무리 없이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국정원 3차장(북한 담당)을 역임했던 한기범 고려대 교수는 “김정일이 74년부터 94년까지 20년 동안 권력 세습을 준비한 데 반해 김정은은 2009년 말부터 올해까지 2년뿐이라 당이나 국가기구에 대한 장악은 덜 이루어진 상태”라면서도 “세습을 하는 것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김일성대학교 출신 러시아 학자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의 특권계층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선시대와 일제시대 그리고 지금까지 세습독재 체제 아래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권력 세습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란코프 교수는 이어 “김정은이 온건파냐 강경파냐, 능력이 있냐 없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김정은은 김일성의 손자로 또 김정일의 아들로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치 체제에 대해서는 유훈통치를 기반으로 김정은의 새로운 체제가 세워질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일 경우도 유훈통치를 한 것”이라며 “주체와 선군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유훈통치를 하겠지만 결국에는 김정은만의 정치체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사태 우리나라 영향 줄어”=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와 다른 국내의 차분한 분위기에 대해서는 현 정권의 대북정책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비판의 여지가 많음에도 특이하게 한반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남한과 북한 사이의 돌발사태가 혹시라도 발생하면 남북간 채널을 끊은 것들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북한을 한 나라가 아니라 외국으로 보고 있다”며 “총선이나 대선에서 북한 문제가 큰 카드로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 북한사태에 대한 여론 수집이나 토론이 일어나는 일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는 “천안함 사건 이후로 20, 30대 젊은 세대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달라졌다”며 “예전과 같이 젊은층이 북한에 우호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내비치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대북관계에 대해 국민 여론 자체도 많지 않은데다가 수렴하는 일 자체도 사라졌다”며 “여론을 수집하고 이를 반영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 시장개방 고려한 대북정책 필요”=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제상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좋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 시장 경제가 조금씩 활성화되면서 체제변화의 가능성까지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선족 출신 박건일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북한 경제는 한국에서 평가하는 것과 달리 안정적 상황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농업 역시 자신들의 방식이 아닌 중국 방식 등으로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며 경제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호 교수도 “우리 측에서 북한이 마이너스 5% 성장했다고 보는데 이를 믿을 수 없다”며 “시장 경제가 확대되면서 북한은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북 정책 또한 북한의 시장 개방 확대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시장화의 결과로 주민과 북한 정권과의 힘의 균형이 바뀌는 징조가 보인다”며 “가장 큰 예가 2009년 11월의 화폐개혁 이후 당 재정담당이 중앙관료들이 지방관료들에게 사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이어 “우리 정부가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시장의 변화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줘야 한다”며 “안보 문제에 매달리면서 모든 대화의 채널을 끊었는데 핵 등 안보 문제는 그 문제대로, 북한 내부 시장 활성화 촉진은 그 방향대로 남북관계를 다원화하는 일종의 투트랙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