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올해의 저자는? 올해의 책은?…전문가 10명에 묻다
입력 2011-12-23 21:15
올해의 저자는?
① 강신주
② 정민
③ 김어준
올해의 트렌드는?
① 나꼼수 열풍
② 위로와 공감
③ 전자책 원년
올해의 책은?
① 스티브 잡스
② 철학이 필요한 시간
③ 닥치고 정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올 한해 출간된 단행본은 약 4만5600여종(교보문고 입고 기준). 휴일, 명절 쉬지 않고 매일 125종의 책이 쏟아졌다는 계산이다. 그러니까 지금 발표할 명단 속 주인공들은 물경 4만5600여종의 경쟁자를 제친 실력자이자 행운아인 셈이다.
국민일보 출판팀에서 올해 빛났던 책동네 ‘별’들을 정리했다. 책 전문가 10명(출판인 8명, 출판평론가 2명)으로부터 ‘올해 나를 매료시킨 저자 3명, 책 3종, 트렌드 3가지’를 직접 물었다. 각자 제 안목에 의지해 제 취향 따라 뽑았으니, 정답이랄 수는 없다. 그래서 ‘내 멋대로 정리한 2011년’이다.
“대중을 향해 열린 언어”
2011년은 가히 이 사람의 해였다. 150만부가 팔린 최고의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 아니다. 압도적 지지를 받아낸 이는 철학자 강신주였다. 올해 ‘철학이 필요한 시간’ ‘제자백가의 귀환1,2’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까지 총 3종(4권)의 풍성한 결실을 맺은 그는 추천자 다수(7명)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호감은 철학, 재미, 질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데서 출발했다. “독자를 향해 활짝 열린 언어가 놀랍다”(정은숙) “동서양 철학을 포괄하는 대중적 인문저자”(한기호) 등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두 번째 올해의 저자는 4명이 뽑은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였다. 보폭을 계산이라도 한듯, 정확히 4개월마다 한권씩 책을 냈다. ‘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4월) ‘다산의 재발견’(8월) ‘삶을 바꾼 만남’(12월)은 문장으로도, 연구의 깊이로도 처짐 없는 책들이라는 평이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식 편집자”(선완규) “많이 쓰면서 역작을 만드는 내공의 끝은 어딜까”(정은숙) 같은 극찬이 쏟아졌다.
마지막 올해의 저자는 전통적인 인문저자군 밖에서 나왔다. ‘닥치고 정치’로 하반기 베스트셀러 1∼3위를 오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3표를 얻었는데 공저자인 지승호 인터뷰 전문기자가 따로 1표를 챙겼다. “소셜 미디어 시대의 정치학을 시정(市井)의 언어로 풀어낸 저자”(장은수)이자 “정치에 냉담하던 젊은 세대의 열망과 잠재력을 이끌어낸”(염종선) 재담꾼이었다.
이외에 한 표씩 얻은 후보작들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으로 돌아온 유홍준,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의 박경철, ‘현대인의 탄생’의 전우용, ‘철학카페에서 시읽기’의 김용규,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의 엄기호,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의 백승종 등이다.
“이 책 빼면 대화가 안되는 화제작”
좋았던 책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았다. 10명이 각자 거론한 책을 세니 22권이나 됐다. 제각각인 취향과 개성의 숲을 뚫고 우뚝 솟은 책은 ‘스티브 잡스’였다. 5명이 꼽아 올해의 책이 됐다. ‘스티브 잡스’는 “말이 필요 없다”(정은숙) “이 책 빼면 대화가 안되는 화제작”(염현숙)이라는 평이었다. 내용과 질을 논하기 전에 책 자체가 트렌드이자 신드롬이었다는 얘기다. “미래사회의 개척자 스티브 잡스의 인간적 면모와 새로운 사고를 드러내준 책”(염종선) “우리를 미래의 우리로 만드는 힘, 창조적 혁신의 생생한 실례 보고서”(장은수)라는 추천 사유도 있었다.
동서양 고전을 소개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3명이 동의해 두 번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인문적 사유의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다이제스트”(선완규)이자, “호소력 있는 글쓰기”(정은숙)와 “동서양 철학고전으로 삶의 문제를 건드린 재능”(한기호)이 빛난 책이었다.
두 표씩 얻어 턱걸이한 책은 ‘닥치고 정치’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열풍을 등에 업은 ‘닥치고 정치’는 “정치도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책”(염현숙)이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간의 사고능력을 얄팍하게 만드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경고”(한기호)인 동시에 “책, 읽기,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모든 고민”(장은수)을 집약시킨 책으로 평가 받았다.
이외에는 ‘두 남자의 집짓기’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 ‘패션과 권력’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아흔 개의 봄’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등이 한 표씩 얻었다.
‘웃음’이라는 최고의 상품
과연 출판가 첫 번째 얘깃거리는 나꼼수 열풍이었다. 하반기 나꼼수 4인방 중 3명이 낸 책은 줄줄이 서점가를 점령했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부터 김용민의 ‘나는 꼼수다 뒷담화’ ‘조국 현상을 말한다’ ‘보수를 팝니다’, 정봉주의 ‘달려라 정봉주’까지 5종의 신간이 나와 40만부 넘게 팔렸다. ‘나꼼수 군단’의 인기 비결에 대해서는 “젊은층에 호소하는 유쾌하고 직설적 어법의 힘”(이영희)과 “정권의 말기적인 현상”(염종선)이라는 내적, 외적 분석이 함께 나왔다.
나꼼수가 웃음을 무기로 인기를 끌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위로와 공감을 내걸고 상한가를 친 이들이 있었다. 김난도, 안철수, 박경철 같은 멘토형 저자들이었다. 그들은 가르치거나 충고하지 않았다. 대신 다독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멘토 3인방이 퍼뜨린 건 위로와 공감의 언어였다.
2011년은 전자책 원년으로도 기억될만하다. 매출 규모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준비 없이 맞은 것치고는 희망적인 결과라는 게 업계의 자평이다. 무엇보다 “단말기가 아니라 책이라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시작된 전자책 원년”(정은숙)이자 “양과 질 양쪽에서 발전한 해”(이수미)였다는 평가였다. 아직 전자책 시장의 폭발을 말하긴 이르다. 하지만 “전자적 읽기의 시대가 선포됐다”(장은수)는 말처럼 이제 레이스는 시작됐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