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사기 꺾는 수사권 조정 재고해야

입력 2011-12-23 18:03

반년 넘게 끌어온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어제 차관회의에서 국무총리실의 조정안을 그대로 수용키로 결론 내 사실상 일단락됐다. 27일 국무회의 의결절차만 남겨뒀다. 그렇지만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개정 형사소송법에 규정해놓고도 하위 규범인 시행령에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문제다. 경찰이 형소법을 다시 바꾸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경찰의 내사권한을 인정하지 않은 점, 수사 중인 사안을 검찰로 강제 이송하는 송치 지휘, 입건 여부를 검찰에 보고하도록 한 입건 지휘는 경찰의 사기를 꺾는 조항으로 보인다. 가령, 검찰이나 법원의 비리를 수사하다 검찰의 송치 지휘에 따라 사건을 넘겨야 한다면 뿌리 깊은 법조비리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단순한 사건 지휘로도 충분한 것을 구태여 강제 이송토록 해 사건의 왜곡·축소라는 오해만 불러올 뿐이다.

사건화할지 말지를 검찰에 일일이 물어보는 입건지휘는 경찰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일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형사사건은 단순 폭력, 교통사고, 식품위생법 위반 등 사안이 단순할 뿐 아니라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하는 것이라 입건 여부를 검찰에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입건 단계에서부터 검찰의 지휘를 받는다면 경찰의 수사주체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확정될 경우 애초의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 중의 하나인 검찰권 견제는 퇴색하고 만다. 막강한 검찰권을 견제할 기관은 법원 빼고는 없는 현실이 그대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경찰의 자존심을 살려 주면서 검찰권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사권 조정 문제가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처럼 비칠 경우 수사기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 뻔하다. 따라서 시행령이 확정된 후라도 검찰은 가능하면 지휘권 행사를 자제해 범죄와 직접 맞서는 경찰의 사기를 올려줄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범죄를 효과적으로 차단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가에 수사권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