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것들에 대한 취향의 백과사전 ‘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

입력 2011-12-23 17:40


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제시카 커윈 젱킨스(루비박스·1만9000원)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제조된 포도주는 병이 자주 깨졌다. 1746년 한 포도원에서는 와인 6000병 중 5880병이 폭발했다는 기록이 있다. 유달리 많은 거품의 압력 때문이었다. 골칫거리 와인은 루이15세의 정부(情婦) 퐁파두르 부인 같은 거품 마니아의 후원을 업고 살아남았다. 파티의 연인 샴페인이다.

낮고 푹신푹신한 긴 의자를 뜻하는 디반. 페르시아에서 온 이 의자는 18∼19세기 유럽에서 관능의 상징이 됐다. 낭만주의자들은 앉은 것도 누운 것도 아닌 자세에서 부르주아 사회의 게으른 틈새를 봤다. 대낮의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늘어진 행복이었다.

책은 사소하고 사랑스러운 것들에 대한 취향의 백과사전이다. 사치스럽거나 반짝이지 않아 더 신비로운 것들 말이다. 유럽의 패션 잡지 에디터인 저자는 적란운, 프릴이 많이 달린 란제리, 이탤릭체, 오기(일본 부채), 가짜 점, 우유목욕 등 자연현상부터 생활습관, 패션, 언어, 예술까지 망라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기억할 점. 순전히 ‘제시카의 취향사전’이니 동의할 필요는 없다. 임경아 옮김.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