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선언] 2012년 ‘강성대국’ 위해 도움 절실… 내민 손 잡을 수도

입력 2011-12-22 21:24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움직임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정부의 대북 스탠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보다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함으로써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자세를 보일 가능성은 커졌다.

비록 김 위원장 유고라는 특수 상황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을 허용하고, 북측이 22일 이들의 육로 방북에 동의함으로써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남북 판문점 적십자 채널이 가동됐다.

북한도 여러 사정상, 특히 경제적인 이유로 경색된 현 남북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김 위원장 유훈인 내년 강성대국 진입을 위해서도 외부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천안함·연평도 문제가 원만히 해결된다면 남측으로부터 대규모 식량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북한이 ‘위대한 김정일 동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 속에 영생할 것이다’는 제목의 이날자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6·15 남북공동선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해석된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역사적인 6·15 통일시대를 펼쳐놓음으로 해서 반목과 질시, 대결과 불신이 지배하던 이 땅 위에 민족적 단합과 화해,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조국통일 3대 헌장과 북남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 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기어이 실현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6·15 공동선언에 부정적인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압박이기도 하다. 6·15 선언을 인정하고 이행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근본적 개선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로도 읽힌다. 하지만 북이 이를 빌미로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후계자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안정적인 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외부 변수를 되도록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핵심은 남북관계다.

그러나 남북문제는 양날의 칼과 같다. 그로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 상황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좀더 시간을 갖고 저울질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