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태원 살인’ 패터슨 살인죄 기소… 14년 미스터리 풀리나

입력 2011-12-22 21:05

“두 번의 실수는 없다. 완벽한 범죄 재구성으로 진범을 반드시 우리 법정에 세우겠다.”

검찰이 22일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아서 패터슨(32·사건 당시 18세)에 대해 공소시효 100일을 앞두고 살인죄로 기소했다. 당시 패터슨의 친구 에드워드 리를 살인범으로 기소했다 무죄가 선고돼 사건을 미제에 빠뜨린 검찰은 혈흔 형태분석 등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동원, 범죄를 재구성해 유죄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법원에서 패터슨에 대한 구인용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미국 법무부로 보내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박윤해)에 따르면 패터슨은 1997년 4월 3일 오후 10시쯤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조모(22)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도주한 뒤 미군 부대 안 하수구에 흉기를 버린 혐의다.

검찰은 화장실 벽에 튄 혈흔의 위치, 모양, 분포 방향 등을 분석해 패터슨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조씨가 서 있던 소변기 정면 벽에는 마치 주사기로 뿌린 듯한 일자형의 핏자국이 있었는데, 이는 조씨가 오른쪽 목을 세 차례 찔린 뒤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동맥 절단으로 분출된 핏자국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런데 패터슨은 “조씨는 리로부터 오른쪽 목을 세 번 찔린 뒤 오른쪽으로 돌아섰고, 그 뒤 가슴과 왼쪽 목을 차례로 찔렸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리는 “조씨는 패터슨에게 찔린 뒤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고 말했다. 왼쪽으로 몸을 돌려야 이런 핏자국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인은 패터슨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핏자국이 아래에서 위로 튀는 듯한 모양으로 벽에 남은 점 또한 조씨보다 6cm 작은 패터슨의 공격으로 볼 수 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패터슨은 자신의 피 묻은 옷을 불태웠지만 리는 평소처럼 집에 벗어뒀다는 점도 패터슨을 더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검찰은 조씨가 당시 배낭을 메고 있었다는 결정적 단서도 확보했다. 패터슨이 조씨보다 덩치가 작더라도 배낭을 잡아 고정시킴으로써 치명적인 공격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과거 조사에서는 배낭의 존재를 알지 못해 부검의 의견에 따라 조씨보다 키가 2㎝ 정도 큰 리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덩치가 커야 소변을 보던 조씨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처음에 목을 세 차례나 찌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당시 사체 부검의와 미군 범죄수사대 수사책임자, 도검전문가, 조씨의 여자친구 등을 조사해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진술도 확보했다.

노석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