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너만 만나면 경기가 꼬여!”… 얽히고 설킨 ‘먹이사슬’
입력 2011-12-22 21:49
팀 순위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특정 팀간의 ‘천적’ 관계가 흥미를 끌고 있다.
원주 동부는 22일 서울 SK를 76대 59로 대파하고 23승6패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10월 프로농구가 개막한 이후 단 한 번도 2위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 연패도 유일하게 없는 팀이다. 그런 동부가 6위 창원 LG(13승15패)를 만나면 고양이 앞의 쥐가 된다. 동부는 9개 팀 중 상대전적에서 유일하게 LG에 1승2패로 밀리고 있다. LG는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동부에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내리 세 게임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LG가 동부만 만나면 악을 쓰는 이유다.
최근 6연승으로 동부를 바짝 쫓고 있는 2위 안양 KGC인삼공사(21승7패)는 5위 인천 전자랜드(14승14패)가 가장 부담스럽다. 인삼공사는 지난해 10월30일 안양 경기 이후 전자랜드전 8연패를 당했다. 다행이 21일 길고긴 연패의 사슬을 끊었지만 팀 간 맞대결 전적에선 여전히 1승3패다. 인삼공사는 팀 전체 패배의 절반가량을 전자랜드 단 한 팀에 당하고 있는 셈이다.
3위 부산 KT는 이상하게 7위 울산 모비스만 만나면 일이 꼬인다. 올 시즌 맞대결 성적은 1승3패다. 하지만 KT는 디펜딩챔피언 전주 KCC만 만나면 힘이 솟는다. 세 차례 맞대결을 모두 싹슬이 했다. KCC는 이를 서울 삼성에 화풀이하고 있다. KCC는 22일 경기에서도 83대 72로 승리하며 올 시즌 삼성전 네 게임을 모두 독식했다. 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은 “이상하게 특정 팀이나 특정 체육관에서 일이 꼬이는 먹이사슬이 분명히 있다”면서 “이럴 경우 선수의 몸도 무거워지고 질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