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박선영 의원 “외교부가 김정일 사망 첩보 묵살”
입력 2011-12-22 21:21
국회는 22일 본회의에서 정부를 상대로 긴급현안질의를 갖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통해 드러난 대북 정보력 부재를 질타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지난 19일 북한 특별방송을 보고 파악했다고 밝혀 비판을 받아왔다. 의원들은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각종 의혹도 제기했다.
◇‘김정일 사망’ 첩보 묵살 논란=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국가정보원이 지난 17일 오전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하고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청와대가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라며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북측이 발표한 김 위원장 사망 일시는 17일 오전 8시30분이다. 그는 또 “미국 백악관 인사가 그날 오전 우리 외교통상부 김모 서기관에게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첩보를 알려왔으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북한이 발표한 김 위원장 사망 일시와 장소도 100% 허구”라며 ‘16일 사망설’을 제시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에 일어나 마사지를 받고 물리치료를 받아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그 시간(오전 8시30분)에 열차를 탈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민군이 16일 백두산 부근에서 완전무장을 하고 이동했다. 김정은의 명령1호 하달 시점과 딱 맞는다. 중국군도 17일 새벽부터 (북·중) 국경 쪽으로 20㎞를 이동했다”고 했다.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15일 대형마트에 갔다 와서는 16일 동선이 전혀 안 잡힌다”며 김 위원장의 사망시각을 ‘16일 오후 8시’로 추정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박 의원 주장이 언론에 먼저 나와 총리실 직원을 통해 보고 받았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다. 정확한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與, 휴민트(Human Intelligence·인적정보) 붕괴 놓고 내분=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흑금성 사건 때문에 북한 휴민트가 괴멸됐다”고 지적했다. 김 총리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인사 과정에서 휴민트 자원이 소외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우리가 2008년 김정일의 뇌 MRI 사진을 입수했는데 이것이 노출되는가 하면 (김 위원장이) 스스로 양치질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까지 정보력을 과시하는 바람에 중요한 휴민트를 잃었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정두언 의원도 트위트를 통해 “대북 휴민트 체제가 와해됐다. 다 국정농단 세력이 벌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은 “(김 위원장 사망을 파악하지 못한) 정부는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청와대의 외교안보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총리는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지자 “저도 솔직히 북한의 특별방송 직후에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알았다”며 “정부가 사전에 몰랐던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국방부가 김 위원장 전용열차의 이동 여부를 놓고 엇박자를 냈다는 지적에는 “열차가 운행 중은 아니었고 평양 용성역에 정차해 있었다”고 답변했다.
한편 박희태 국회의장은 본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충격적인 비보를 접한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조의를 표했다.
유성열 유동근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