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문제, 여야는 없어도 원칙은 있어야

입력 2011-12-22 17:45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교섭단체 대표 및 원내대표가 모여 김정일 사망에 따른 사후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이 청와대에서 열렸다. 여야 대표들은 정부의 대응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특히 야당인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의 ‘이해와 협조’에 사의를 표명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대북 문제에 관한 한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차제에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대북정책을 수정할 게 있다면 해야 하고, 북한의 급변사태 대비책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이때 야당은 결코 정략이나 당략에 매몰돼서는 안 되며, 그것을 전제로 야당이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정부와 여당은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게 옳다.

이를테면 대북정책의 유연성 문제를 들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이 안정되면 남북관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김정일 사망 이후 중국 미국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데 비해 한국은 경직된 자세로 인해 대북 접촉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남북문제의 제1 당사자이면서도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상황인식에 대한 자성으로서 야당의 대북정책 변화 요구를 수용할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대북정책에서는 원칙이 융통성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경우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지만 원칙을 포기해서는 김정은이든 누구든 북한 새 지도부에 또 다시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 공동대표가 민화협 조문단 구성 얘기를 또 꺼냈으나 이 대통령이 조문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곤란하다고 거부한 것은 적절한 일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 도발에 대한 사과 등 책임 인정과 핵 포기를 선결과제로 한 원칙도 포기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회담에서 한 일부 해명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북 정보력 부재를 여야 대표들이 지적하자 “세계 어느 나라도 몰랐다”고 말했다. 또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통화를 하지 못한 데도 “후 주석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나라와도 직접 통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 관계없이 우리는 알았어야 하고 정말 필요했다면 통화를 했어야 한다. 총칼을 직접 맞대고 있는 우리와 달리 한 치 건너 북한을 보는 다른 나라들을 들어가며 발뺌할 일이 아니다. 정부와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바탕으로 부족한 대북 대비태세와 전환기를 맞은 남북관계에 개선과 진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