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 인사가 우려되는 이유

입력 2011-12-22 17:40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에 인사태풍이 불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그 폭이 넓고 무차별적이다. 김상범 부시장은 최근 서울시 1급 직원 5명에게 용퇴를 요구했다. 후배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이다. 서울시는 이들을 위해 반값 등록금 예산을 파격적으로 지원한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바뀌면 새 시장의 철학과 선거중에 내건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과 예산을 조정한다. 이에 따른 조직 개편 또한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보면 인적 쇄신보다는 전임 시장의 흔적을 지우려는 느낌이 역력하다. 1급 정도면 정무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다고 해도 시장이 바뀔 때마다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면 고위 공무원을 정치인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서울시의 불안정한 인사는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공석인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정은숙 전 국립오페라단장과 신선희 전 국립극장장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씨는 최근 민주통합당 당권에 도전한 문성근씨의 형수이며, 신씨는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신기남씨의 누나다. 이전 정권에서 오래도록 기관장을 지낸 이들을 중용한다면 이명박 정권 초기에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행한 무리한 문화계 코드 인사와 무엇이 다른가.

박 시장은 합리성을 시정의 최고 가치로 두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서울시향 정명훈 지휘자의 재계약 과정이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언급했다. 서울시 고위직 인사도 점령군마냥 막무가내로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옥석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종문화회관 사장 역시 박원순식 합리성의 기준을 적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