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 내리는 ‘얼음의 땅’ 소리 없는 절규… 다큐 ‘남극의 눈물’ 12월 23일 첫 방송
입력 2011-12-22 17:42
남극 대륙 면적은 미국과 멕시코를 합친 크기보다 더 넓은 1400만㎢. 19세기가 돼서야 인류가 발을 내딛게 된 이곳은 지구의 가장 은밀한 부위로 꼽힌다. 아직도 인간이 건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다. 영하 6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 시속 200㎞에 이르는 강풍은 남극 생태계의 보호막 구실을 했다.
MBC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은 세계의 비밀이 숨어 있는 남극 대륙을 집중 조명한 작품이다. 남극을 소재로 삼은 다큐멘터리는 꾸준히 있었지만, 이 작품이 유독 눈길을 끄는 건 MBC가 2008년부터 선보여온 ‘지구의 눈물’ 시리즈 마지막편이기 때문이다. ‘북극의 눈물’(2008년), ‘아마존의 눈물’(2009년), ‘아프리카의 눈물’(2010년)로 이어진 해당 시리즈는 전파를 탈 때마다 찬사를 받았다.
제작진은 500일 동안 10개국 12개 남극기지를 방문했다고 한다. 총 제작비는 25억원. 고속 촬영 카메라와 항공촬영장비, 3D 카메라 등 최첨단 장비가 동원됐다. 촬영 테이프는 무려 1500여개다. 제작진은 이런 치열한 촬영을 통해 지구온난화로 무너져 내리는 남극 대륙의 현재를 고발한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진만 PD는 “남극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남극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가까운 미래에 이곳도 인간에 의해 피폐해진 아마존이나 북극, 아프리카처럼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인간이 이 땅에 들어오는지, 꼭 들어가야 하는지 하는 질문을 던져주고 싶어요.”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남극 대륙에 기대어 사는 수많은 동물의 삶을 지근거리에서 담아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거리(3000㎞)를 여행하는 ‘바다의 순례자’ 혹등고래, 남극에 사는 거의 모든 생명들을 먹여 살린다는 ‘남극 생태계의 열쇠’ 크릴, 남극 최고의 포식자인 범고래, 강한 턱과 이빨로 펭귄을 사냥하는 표범해표….
김 PD는 남극 취재가 2년 전 아마존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아마존은 찍고 (밀림에서) 나와 쉬었다 다시 들어갈 수 있지만 남극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지구가 아닌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남극의 눈물’은 23일 밤 11시에 프롤로그 ‘세상 끝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내년 1월 6일부터 3주간 1∼3부가 매주 금요일 밤 11시5분에 방송된다. 4, 5부는 1월 27일 밤 9시55분부터 연속 방영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