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료봉사-국민일보·굿피플 주최] ‘피난처’의 난민 신청자 23명에 따스한 손길
입력 2011-12-22 18:06
진료가 시작되기 전부터 건강이 걱정되거나 몸이 안 좋은 외국인의 발길이 계속됐다. 대부분은 난민 신청을 한 뒤 우리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처지다. 국적은 나이지리아 우간다 콩고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다양했다.
국민일보와 국제개발 NGO 굿피플, 익수스교회 의료선교회가 함께하는 ‘사랑의 의료봉사’가 22일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난민지원전문단체 ‘피난처’에서 열렸다.
피난처는 한 달 전부터 무료 진료·검진 희망자 예약을 받았다. 모두 23명의 외국인이 한국 의료진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고 고마워했다.
피난처는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법률 상담을 제공하는 작은 정성을 기울였다. 난민 신청이 거절됐을 때 다시 신청하는 법,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한 법적 절차 등을 한국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에게 설명했다.
의료진 20여명은 오후 2시부터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호명된 외국인은 문진실과 심전도 검사실이 설치된 사랑방에 들어섰다. 작은 휴게실에서 혈압 검사를 하고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다. 이어 건물 밖에 서 있는 굿피플 진료차에서 치과 진료와 X선 검사를 받았다.
코트디부아르 출신 A(32·여)씨는 “2006년 한국에 와 난민 지위가 승인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면서 “혈압을 체크하고 고혈압 약을 받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A씨는 “생각지도 않았던 독감 예방접종도 받아 올겨울을 감기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4개월 전 한국에 온 파키스탄인 B(29)씨도 난민 신청자다. 그는 “요즘 들어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돼 걱정이 많았다”면서 “건강검진과 법률 상담을 받고 나니 몸과 마음 모두 한결 안정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난민 승인을 받고 국내에 정착한 외국인 노동자도 피난처를 찾았다. 미얀마 출신 C(50)씨는 “구로동 공장에서 일하는데 돈이 없어 건강검진을 받기가 쉽지 않다”면서 “무료로 돌봐주고 신경 써 주는 곳이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검진을 마친 외국인에게는 쌀, 소시지, 감기를 예방하기 위한 마스크가 지급됐다. 외국인들은 양손 가득 선물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건강검진 결과는 2∼3주 내에 이메일이나 전화로 전달된다. 피난처는 건강에 이상이 발견된 외국인에게 무료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나 치료비가 저렴한 병원을 소개할 예정이다.
익수스교회 김경진 목사는 “신분을 보장받지 못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