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선언] “남북 관계 개선” 천안함 이후 가장 강한 신호 보내

입력 2011-12-22 21:46

여야 대표 회담서 드러난 MB의 대북 인식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태는 그동안 남북관계의 숨통을 꽉 막고 있었다. 정부는 올 들어 이를 풀어보려고 남북대화를 비핵화, 정치군사, 인도적 지원의 세 트랙으로 분리했다. 비핵화 회담과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면서도 남북 정치군사회담만큼은 천안함·연평도 사과가 전제돼야 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대북정책과 관련해 “원칙이 항상 똑같아야 하는 건 아니다. 원칙은 대북정책의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지 원칙을 위한 원칙은 안 된다”며 “대북정책의 큰 목표는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그것을 위한 비핵화”라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연평도 사과가 전제되지 않은 정치군사 대화도 가능하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정책을 정해놓은 건 없다. 북한이 어떤 남북관계를 원하느냐, 비핵화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우리 입장을 정리할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다만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말하기엔 시기상조이고 아직 우리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해 나올지 관망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 새 지도부의 태도에 따라 우리 정부의 기존 원칙이 바뀔 수도 있음을 뜻한다. 김 위원장 사망에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담겨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북한이 스스로 대남정책, 비핵화 입장을 바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정책 선택 폭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천안함·연평도 사태의 최종 책임은 김 위원장에게 있다”고 못박았다. 남북이 이 문제에서 안고 있는 부담을 함께 덜어 보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천안함·연평도 문제는 김 위원장이 안고 떠났다. 최종 책임자가 사라졌으니 양쪽 모두 좀더 전향적인 대화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남한 여론과 북한 새 지도부를 향해 보낸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김 위원장 사망 후 여러 조치와 여야 대표 회담 발언을 통해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 가장 강력한 관계개선 시그널을 북한에 보냈고 가장 많은 여지를 남겨뒀다. 남북관계의 전체 틀이 바뀔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은 “북한도 우리가 이 정도까지 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북한이 이 메시지를 ‘접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 담화문에 아무런 시비를 걸지 않았다. 북한이 일단 안심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우리 군에 최고 경계태세인 데프콘1이 내려졌으나 이번엔 기존 데프콘3을 유지했다. 북한이 지도자를 잃고 가장 취약해진 때에 행동으로 북한을 안심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분간 북한의 반응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부른 결정은 오히려 남남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1월 신년사, 2월 김정일 생일 메시지, 4월 김일성 생일 메시지와 각종 인사 발표 등을 통해 북한 새 지도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에 직접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북핵 6자회담 외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을 찾은 우리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회동을 가졌다. 임 본부장은 “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유지돼야 하고, 이를 위해 6자회담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태원준 백민정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