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선언] ‘北체제 안정’ 원하는 3국… 들러리 안되려는 韓

입력 2011-12-22 18:29


정부가 다급해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중국 미국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의 ‘조문외교’가 전개되면서 우리 정부도 급박하게 외교전선에 발을 담그는 모양새다. 특히 중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 다가서면서 남북관계 주도권마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배어 나온다.

우리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2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급히 방문했다.

임 본부장은 오후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회동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6자회담 재개 방안도 논의했다. 임 본부장은 회동 후 “양국은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유지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6자회담 중요성에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의 베이징행은 향후 6자회담 재개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정부의 의중이 담겨 있다. 또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우리 정부의 조문불허 파동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 결과를 초래한 선례도 반면교사가 됐다.

현재 미·중을 중심으로 6자회담 관련국들은 김 위원장 장례가 끝난 뒤 내년 1월 중 북미 3차 대화를 개최하고 6자회담 재개 수순에 들어간다는 데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김 위원장 ‘유훈’에 따라 대북 식량 지원과 그에 따른 비핵화 협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6자회담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다. 김 위원장 사망 전까지는 한·미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임 본부장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중국은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한·중 외교관계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중 정상 간 ‘핫라인 불통’은 양국의 불편한 관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 때문에 임 본부장의 방중도 양국 간 소통이 활발하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차원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라고 지칭하지만 한·미 동맹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면서 중국을 북한 쪽으로 밀어낸 결과를 초래했다”며 “중국이 조문외교를 통해 북한에 대해 ‘관리 모드’에 들어간 이상 우리 정부도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도 “북·중은 철저히 주고받는 관계인 만큼 앞으로 북·중 간 균열을 잘 찾아내야 한다”면서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지 않으려면 한·미·중 3자대화를 모색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본은 현재 한·미·일 3자간 고위급 회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러시아는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적극 시도함으로써 이들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