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대학가 “김정일 뉴스 지겹다”… 北 문제 시큰둥

입력 2011-12-22 18:32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나흘째인 22일 탈북·보수·진보 단체들은 조문과 관련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네티즌을 비롯한 시민들은 북한 문제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네이버와 다음 등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 10위 내 북한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김 위원장 사망이나 김정은 체제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은 연이어 보도되는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피로감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 계정에 “김정일 사망 소식을 빨리 알았다 해도 뭐가 달라졌겠느냐”며 “정말 듣기 싫으니 김정일 죽은 얘기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요즘은 김정일의 죽음도 이틀도 못 가 사라진다”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얘기는 이제 지겹다”고 적었다.

정부의 조문이나 조의 표명 등에 관한 의견보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미리 알고도 묵살했다’는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의 발언이 더 많이 게재됐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선고 결과는 하루 종일 인터넷에서 북한 관련 소식을 압도했다.

인터넷 블로그나 포털 카페 등에서도 김 위원장에 대한 조문, 조전(弔電) 등은 쉽게 찾기 힘들었다. 박건찬 전 종로서장 폭행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된 김모(54)씨가 운영진으로 있는 인터넷 카페 등 일부 친북 성향 카페와 노동조합 홈페이지 등에 조전과 조의를 표명한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하지만 포털 내 일반 검색 기능으로는 조전이나 조의글이 쉽게 검색되지 않았다.

대학가도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때와 달리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22일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캠퍼스 내 대자보에도 김정일을 언급하는 성명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연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수년 전 학생회가 정치적인 활동을 하던 때와 상황이 다르다”면서 “지금은 반값 등록금과 기숙사 문제 등 학생 생활과 밀접한 현안 해결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총학생회 관계자도 “마치 총학생회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묻는 것 같다”며 “우리 총학에서는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계획된 특별한 활동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승욱 이선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