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선언] 생모 고영희, 김정은 우상화 걸림돌?
입력 2011-12-22 18:03
북한 ‘김정은 시대’에서 장애물 중 하나가 그의 생모 고영희의 존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과정에서 생모의 ‘역사적 활약’은 권력 정통성을 강조하는 데 필수요소지만, 고영희의 경우 신분이나 경력상 주민들에게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실제 김정은이 새 영도자로 등극했지만 생모에 대한 북한 당국의 우상화나 찬양은 좀체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모인 김정숙의 경우 김 위원장 후계자 내정 직후부터 ‘백두의 여장군’으로 추앙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김일성 주석 때도 김 주석 부모와 조부모, 증조부의 역사적 활약상을 우상화해 ‘혁명가 핏줄’임을 부각시켰다.
고영희는 1953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60년대 재일교포의 대규모 북송 때 부모와 함께 북한에 들어갔다. 평양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하던 70년대 중반부터 2004년 유선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줄곧 김 위원장과 함께 살았다.
북한에서는 80년대 초까지 북송교포들을 ‘일본 스파이’라거나, ‘자본주의 문물에 젖은 불순분자’ 등으로 부르며 경시하던 풍조가 있었다. 또 무용수에 대한 평가가 그리 높지 않았다.
이 때문에 90년대 말 북한 군부가 시도했던 그녀에 대한 우상화가 실패했다는 설도 있다. 당시 군부는 고영희의 아들인 김정은과 형 김정철 가운데 한 명이 후계자로 나설 것으로 보고 김 위원장 재가 없이 그녀에 대한 우상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고영희를 ‘평양 어머니’로 지칭하는 정도로 그쳤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분이 좋지 않은 고영희가 김정은의 생모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평양 주변 주민들 사이에서 “청년대장(김정은)은 째포(북송교포 비하 호칭)의 아들” “청년대장 어머니는 만수대 째포 무용수”라는 말들이 나돈다는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