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선언] 후계자 입지굳힌 김정은… 아버지 업적 부각시켜 체제안정

입력 2011-12-22 18:10

후계자로 확실히 입지를 굳힌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아버지의 통치 스타일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국방위원회를 통해 최고 권력을 유지할지는 불분명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주석은 김일성 주석 한 명뿐”이라며 끝까지 주석 직에 오르지 않고 국방위원회를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으로 만들어 국방위원장으로 북한을 다스렸다. 김정은 역시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별도 기구를 신설해 국방위원장이 아닌 다른 직책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가 어떤 직책을 맡든 ‘1인 독재’라는 북한 정치의 근본 체질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정책적으로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 강성대국 노선을 계승·확대해 나갈 것이며 ‘김정은 시대’를 규정지을 새로운 정치구호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신문은 22일 사설에서 “지금 우리는 강성국가의 대문을 열어 제끼게 될 중대한 시기에 살고 있다”면서 “우리 인민은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장군님의 강성국가건설위업을 빛나게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대국 건설을 명분으로 유훈통치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노동신문이 A4 용지 8쪽 분량의 사설을 대부분 김 위원장 찬양과 업적에 할애한 것을 보면 김정은은 아버지 업적을 부각시켜 체제 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도 집권 초기 사망한 아버지를 앞세워 차근차근 권력 기반을 확대해 갔다.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졸업한 김정은은 군사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등 대남 무력도발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게 우리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가 군사적 모험주의에 빠져 국지적 도발이나 제3차 핵실험 등 초강경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 나온다.

주민통제와 비밀주의는 여전할 전망이다. 이미 김정은은 보안기관을 장악한 후 북한 사회에 만연한 비(非)사회주의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주민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국가안전보위부에 강도 높은 탈북기도자 색출 활동을 지시하는 한편, 주민소요에 대비해 인민보안부에 특별기동대를 설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위스에서 4년 반 유학한 경험이 있어 개혁과 개방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에 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도 많다.

이흥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