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선언] 노동신문 사설로 본 김정은 위상… ‘권력승계 정통성’ 공포

입력 2011-12-22 18:10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후계체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정착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이후 연일 김정은 띄우기에 골몰하고 있는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22일 사실상 ‘김정은 시대’의 막이 올랐음을 대내외에 공포했다. 김정은이 김 위원장 뒤를 이을 유일한 ‘영도자’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에 게재한 ‘위대한 김정일 동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 속에 영생할 것이다’는 사설에서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주체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계승·완성해 나갈 수 있는 결정적 담보”로 정의했다. 혁명위업의 대를 잇겠다는 것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세습이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지난 19일 당 중앙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명의로 김 위원장 부고 사실을 발표할 때 나왔었다. 당시 북은 발표문에서 “김정은 동지의 영도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개척하시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승리에로 이끌어 오신 주체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계승, 완성해나갈 수 있는 결정적 담보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을 ‘주체혁명위업의 위대한 계승자’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영도자’로 치켜세웠다.

노동신문 사설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을 정점으로 이미 권력구도가 정리됐다는 신호로, 혹시 있을지도 모를 김정은 체제 도전세력에 대한 경고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 권력이 이처럼 김정은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재편되고 있는 이유는 정통성이 그에게 있는 까닭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 헌법에는 최고권력자 국방위원장 유고와 권한대행에 관한 규정이 없다. 그리고 김정은은 지난해 9월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 위원장 후계자로 공식 등장했다. 이보다 더한 정통성을 갖고 있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정일 시대를 함께한 백발의 당·정·군 원로들이 ‘20대 애송이’ 김정은에게 충성서약을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공식무대에 데뷔했지만 후계자로 내정된 것은 그보다 1년8개월 빠른 2009년 1월이다. 그는 3년 가까이 후계자로 있는 동안 측근들을 군 요직에 기용하는 등 권력을 키워왔다. 당 산하 작전부와 35호실, 군 소속 정찰국 등으로 나뉘어 있던 대남 공작기관을 군정찰총국으로 통합하고 정찰총국장에 심복 김영철을 임명, 이 기구를 장악했다.

또 최근까지 군과 공안기구에 비해 장악력이 취약했던 당 업무에도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과정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 같은 준비들이 있었기에 북한 권력이 김정은을 중심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면서 “여러 변수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김정은이 지도자 지위를 잃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도 소식지 ‘오늘의 북한소식’에서 “김정은은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일부터 비공개적이지만 정식으로 국정운영을 시작했다”면서 “김정은 지도소조도 이미 출범해 새로운 정책들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