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원작 영화 뜨고 블록버스터 지고… 新흥행공식 썼다

입력 2011-12-22 17:25


2011 영화계 결산

2011년 영화산업은 지난해에 비해 극장 관객 수나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 흥행 톱10 안에는 할리우드 영화가 1위 ‘트랜스포머3’를 비롯해 5편이 포함돼 전년(3편)보다 강세였다. 하지만 한국영화도 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주목을 받는 등 내실이 있었다.

◇안정세 찾아가는 영화계=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극장 관객 수(상영작 기준)는 1억418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7만명(6.1%) 늘었다. 극장 매출액도 1조103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38억원(5.1%) 증가했다.

이달에도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마이 웨이’ ‘퍼펙트 게임’ ‘셜록 홈즈:그림자 게임’ 등 기대작들이 많아 관객 수는 2009년의 1억5490만명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영화는 시장 점유율이 53.6%로 지난해(46.2%)보다 7.4% 포인트 상승하는 등 내용이 괜찮았다. ‘트랜스포머3’(관객 수 779만명), ‘쿵푸팬더2’(506만명),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440만명) 등 할리우드 인기 시리즈물이 연달아 쏟아졌지만 한국영화도 ‘최종병기 활’(744만명)과 ‘써니’(737만명) 등 2편이 각각 700만명을 넘기며 선전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 동원 1위는 ‘의형제’로 622만명이었다.

영진위 관계자는 “관객 수와 극장 매출이 전년에 비해 상승하는 등 국내 영화시장이 몇 년 전의 혹독한 구조조정기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적인 모습을 회복해간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블록버스터 한국영화 고전=한국영화들은 시나리오 완성도와 연출력이 돋보인 중급 영화들이 흥행을 이끈 반면 100억원대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대작들은 대체로 고전했다.

40억원대의 제작비를 들인 김석윤 감독의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이 김명민 오달수의 코믹연기와 박진감 있는 이야기 전개 등에 힘입어 479만 관객을 동원했다. 역시 40억원이 투입된 강형철 감독의 ‘써니’도 고교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700만명 고지를 넘어섰다.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도 특이한 소재와 속도감 있는 연출을 앞세워 올해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은 잇따라 고개를 숙였다. 하지원 안성기 주연에 130억원이 투입된 김지훈 감독의 3D 영화 ‘7광구’는 스토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손익분기점에 훨씬 못 미치는 224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장훈 감독의 ‘고지전’(294만명)도 각종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관객 수는 제작비 회수에 턱없이 부족했다. 코믹 액션극 ‘퀵’(312만명)은 손익분기점을 약간 웃돌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베스터셀러 원작 영화들 인기=스토리가 검증된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돌풍을 일으켰다.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는 467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광주광역시의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졌던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당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켜 해당 학교 폐교, 장애인시설 개선책을 담은 법안 제정을 이끌어냈다. 김려령 작가의 청소년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한 감독의 ‘완득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라는 호평 속에 531만명을 불러 모았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에 김윤석 유아인 등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어우러져 빚어낸 의외의 결과였다.

명필름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도 100만부가 넘게 팔린 황선미 작가의 동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220만명이 봤다. 2007년 개봉된 디지털 복원판 ‘로보트 태권V’(72만명)가 갖고 있던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3배 이상 뛰어넘는 성과였다.

◇독립영화들의 강세, 국제영화제 수상 쾌거=1억∼2억원대 저예산으로 제작됐지만 주제와 작품성을 인정받은 독립영화들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초대박’은 없었지만 독립영화 흥행기준인 1만 관객을 넘긴 작품들이 여러 편 나왔다.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2만1885명), 민용근 감독의 ‘혜화, 동’(1만1123명),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1만1190명),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의 잔혹스릴러를 표방한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1만8776명), 윤기형 감독의 ‘고양이 춤’(1만1614명), 임순례 감독의 ‘미안해, 고마워’(1만672명) 등이 주목을 받았다.

국제영화제 수상도 이어졌다. ‘무산일기’가 모로코 마라케쉬국제영화제 대상, 네덜란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상 및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는 등 10여개의 트로피를 챙겼다.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폴란드 뉴호라이즌국제영화제 작품상, 도쿄 필름엑스영화제 관객상 등을 거머쥐었다.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은 ‘다큐의 칸’으로 불리는 제24회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아시아권 최초로 장편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