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문화 게릴라] 정명훈과 편가르기
입력 2011-12-22 18:03
이제는 조금 잠잠해졌지만, 한동안 마에스트로 정명훈에 대한 이야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뜨거웠다. 20억원이라는 높은 연봉과 각종 혜택이 도마 위에 오르며 그의 재계약에 회의적인 의견마저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삭감된 연봉을 정명훈이 이견 없이 받아들이며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정명훈의 연봉에 대한 논란에 또 하나의 의견을 내놓을 생각은 없다. 클래식과 클래식계에 대한 변변한 지식이 없기에 그의 연봉이 갖는 의미를 냉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연봉 논란과 함께 불거진 정치적 성향에 대한 논란엔 조심스럽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정명훈이 보수 진영 인사들과 친분이 있고, 또한 그의 정치적 성향 역시 보수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자 몇몇 인사들은 그가 서울시향 상임지휘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부분 진보적 성향을 지닌 이들의 의견이었고, 이들의 의견은 SNS를 타고 꽤 많은 리트윗을 기록했다. 이쯤 해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정명훈의 정치적 성향이 도대체 그의 서울시향 상임지휘자라는 직책과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가? 격렬하게 반대 의견을 내놓은 사람들 속에선 그를 나치에 부역한 카라얀으로까지 거론하는 주장도 있다. 지금의 정치 상황이 나치가 창궐했던 히틀러 시대의 독일과 같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기에, 그의 활동에 ‘부역’ 운운하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그래서 이건 일종의 정치적 반대 감정이 투영된 과장된 억지로 보인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 앞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자신들이 머물던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들이 잦았다. 심지어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연예인들마저 편 가르기에 희생되며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김미화 윤도현 김제동의 예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 반대쪽 정치 성향을 가진 이들을 같은 논리로 공격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에는 찬성할 수 없다. 누군가가 잘못된 시스템에 의해 공격받았다면 그 시스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역시 그와는 반대 입장의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이가 역시 그 시스템으로 불이익을 당했다면, 똑 같은 논리로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해 반대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도 쫓겨났으니 너희도 쫓겨나라고 말하는 것은 논리 없는 패싸움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 공정한 것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가수 김흥국이 MBC 라디오로부터 석연치 않은 이유로 퇴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감정 섞인 조롱을 쏟아냈다. 안타까웠다. 김흥국의 정치적 성향의 문제를 떠나 그 역시 납득할 수 없는 시스템의 희생자였기에 그를 위해 싸워주는 것은 정치적 성향의 차이를 떠난, 합리적 시스템을 위한 투쟁이 될 수 있었다.
사상가 볼테르는 말했다.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그러나 당신이 단지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공격받는다면 내가 대신 싸워주겠다.” 공정함이란, 민주주의란 그런 것이 아닐까.
<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