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진압·학살… 신음하는 ‘아랍의 봄’

입력 2011-12-21 21:52

‘아랍의 봄’이 정부의 무차별 진압과 학살로 얼룩지고 있다. 군인들의 여성 학대에 분노한 이집트 여성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군부 퇴진’을 외쳤다. 내전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유혈충돌이 발생해 이틀간 최소 150여명이 숨졌다.

이집트 여성 1만여명은 20일(현지시간) 민주화 성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시내 중심가를 행진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16일 이집트 군인들이 시위에 참가했던 한 여성을 곤봉으로 집단 구타하고 속옷이 드러난 상태로 질질 끌고간 것에 항의한 것이다. 시위대는 “탄타위(군 최고지도자)는 여성들의 옷을 벗겼다”면서 군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군 최고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관련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에 대한 모욕행위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긴급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집트 여성들에 대한 체계적인 모욕행위는 혁명을 불명예스럽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적 수치”라고 비난했다.

시리아에서는 이날 정부군과 탈영병 사이에 벌어진 교전과 시위 유혈진압으로 49명(시위대 추산 78명)이 숨졌다고 런던 소재 시리아 인권관측소가 밝혔다.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 발생한 교전으로 탈영병과 민간인 37명이 사망했으며 중부 홈스에서도 12명이 사망했다. 전날에도 시리아 정부군이 이들리브주에서 탈영병 70명을 사살하는 등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시리아 탈영병이 1만명에 육박하는 등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군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국영TV는 알아사드 대통령이 공격이나 무기 공급행위에 대해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새 법령을 공포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해·공군은 시험 기동훈련을 벌일 예정이다. 명목은 외국군의 개입에 대비한 것이지만 반정부 세력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짙다.

미국과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등 국제사회는 시리아 정부에 폭력사태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시리아 감시단 선발대가 22일 다마스쿠스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