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 시위, 中 사회주의 흔드나
입력 2011-12-21 21:16
중국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광둥(廣東)성이 자칫 중국 사회주의 체제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시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차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의 입지가 집단시위를 원만하게 수습하지 못한 책임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광둥성 산터우(汕頭)시에서 가까운 해변 마을 하이먼(海門)진 주민 5만여명은 20일 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곳은 4개월째 지속된 집단시위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루펑(陸豊)시 우칸(烏坎)촌에서 115㎞가량 떨어진 곳이다.
인터넷에는 하이먼 주민의 집단항의 도중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2명이 숨졌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으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산터우 시장은 사태가 심각하게 전개됨에 따라 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이미 취소했다고 주민들에게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명보(明報)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은 하이먼 주민 집단시위는 ‘우칸촌 사태’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먼 주민들은 이날 진(鎭) 정부 건물을 에워싸고 선전(深玔)과 산터우를 잇는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석탄을 연료로 쓰는 발전소가 마을 입구에 들어설 경우 환경오염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진 정부 건물에 쇄도해 무장경찰이 최루탄을 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됐으며 인터넷에는 무장경찰과 주민이 대치하고 있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광둥성 당국은 우칸촌 주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악화일로를 걷자 주민 달래기에 나섰다. 광둥성 당국은 20일 ‘루펑시 간부·군중대회’를 열고 주민들이 제기한 우칸촌 토지비리 의혹 사건을 철저히 파헤치고 폭력 시위를 벌인 주민들을 선처하겠다고 공언했다.
왕양 서기는 주밍궈(朱明國) 부서기를 통해 전한 메시지에서 “우칸촌 사건은 경제사회 발전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쌓인 모순을 경시한 결과”라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우칸촌 사태 과정에서 쉐진보(薛錦波) 등 주민대표들을 체포하고 쉐진보의 고문치사 사실을 숨긴 것은 왕양 서기의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놓고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서기와 경쟁해 온 그의 입지도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