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때 두 다리 잃은 아프리카 소녀 한국서 의족 달고 걸어서 돌아갔다

입력 2011-12-21 18:41


“몸을 움직여가며 치는 장난이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 것인지 처음 알았어요.”

두 다리를 잃어 평생 걸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샤드렉 티아미케(9)양이 21일 오전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의 한 병실에서 의족을 차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프리카 남동부의 가난한 나라 말라위에서 태어난 티아미케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었다. 한 살 때 집에 켜둔 촛불이 넘어지면서 불이 나 두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두 다리는 괴사됐고, 모두 절단해야 했다. 수술 전 그의 오른쪽 발은 허벅지, 왼쪽 발은 종아리가 절단된 상태였고 의족을 차는 것도 쉽지 않았다.

티아미케에게 구원의 손길이 닿은 것은 지난 9월. 말라위에서 활동하는 한국 비정부기구(NGO) ‘우리문화 가꾸기’와 경기도의료원이 그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도움을 주기로 했다.

수술은 아주대병원이 맡고 재활치료는 수원병원이 담당하기로 했다. 지난 9월 21일 입국한 티아미케는 이튿날 아주대병원 소아재활학과 조재호 교수가 집도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수술보다 힘든 물리치료와 재활치료 과정이 매일 이어졌다. 티아미케는 재활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웃음을 되찾았다. 몸을 움직이지 못해 누워 있기만 했던 그는 간병 차 함께 입국해 한 병실에 머문 사촌언니와 몸을 움직여 장난치며 놀 수 있게 됐다. 입국 때 90㎝였던 키도 의족을 차면서 145㎝로 쑥 커졌다.

티아미케는 치료를 지원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걸을 수 있게 치료해준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란 내용의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

경기도의료원은 티아미케가 이날 저녁 고향 말라위로 걸어서 돌아갔다고 밝혔다. 경기도의료원은 그가 말라위에서도 계속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수원병원의 재활 프로그램을 현지 병원에 전달할 예정이다.

배기수 경기도의료원장은 “우리 의료원은 티아미케 같은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의 어려운 이웃에게 애정과 관심을 갖고 사랑을 실천하는 지역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