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특근에 2교대 야간 근무 車 공장 高실습생 뇌출혈 위독
입력 2011-12-21 21:13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대학진학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하던 고교생이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인 상태다. 21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남 영광실업고 3학년 김모(18)군이 공장 기숙사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김군은 저녁식사를 마친 뒤 오후 8시쯤 “머리가 아프다”며 동료와 함께 치료를 받기 위해 기숙사를 나서다가 정신을 잃었다. 뇌출혈 증세를 보인 김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기아차 도장파트에서 현장실습을 해온 김군은 그동안 주말 특근과 2교대 야간 근무에 투입되는 등 주당 50∼58시간씩 강도 높게 근무해 과로가 누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관련 자격증을 4개나 취득하고 최근 광주 모 대학 자동차학과에 합격한 김군은 대학 등록금 마련과 경험을 쌓기 위해 현장실습을 해 왔다.
현재 이 공장에는 김군과 같은 실습생이 60여명 있다. 현행법은 미성년 실습생의 경우 본인이 동의해도 최장 주 46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습생들은 기준 노동시간을 훨씬 초과하는 등의 열악한 근무여건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아차는 스포티지 생산량을 늘리면서 인력이 부족하자 3학년 2학기를 맞은 고교생들을 현장실습이라는 명분으로 정규직이 근무하는 현장에 매달 40∼60명씩 정기적으로 투입해 왔다. 기아차는 이 과정에서 실습생을 파견한 학교와 근로기준법 준수 협약서를 형식적으로 작성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 공장 측은 이날 실습생 중 미성년자 20여명의 실습을 전면 중지시키고 학교로 복귀 조치했다. 기아차 측은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교와 회사가 협의체를 구성해 효율적 실습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