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역에 12월 25일 방송될 ‘모퉁이돌 성탄특집’ 현장… 탈북 성도들 가림막 뒤서 신앙고백
입력 2011-12-21 18:05
올해 성탄절에 탈북자와 남한 성도들이 함께 드리는 성탄예배가 라디오 전파를 타고 처음으로 북한 땅에 울려 퍼진다.
대북선교단체 모퉁이돌선교회(대표 이삭 목사)는 1996년부터 북한에 복음방송을 보내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오후 서울 한남동 감리교여선교회 3층 드림교회에서는 탈북자와 북한 선교단체 관계자, 남한 성도들이 ‘광야의소리’ 대북 성탄예배 실황을 녹음하고 있었다.
녹음 현장은 600여명의 참석자들로 만석이었다. 이들이 영하 10도를 웃도는 혹한 추위에도 삼삼오오 찾아온 것은 김정일 사망으로 긴장감이 돌고 있는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다. 예배 도중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의 신앙고백이 영상으로 나오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통성기도를 드렸다.
“주여, 환난과 핍박 중에도 신앙의 절개를 지키는 성도들이 저 북녘 땅에 있습니다. ‘너희도 함께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너희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받는 자를 생각하라’(히 13:3)고 하신 말씀처럼 북한 성도의 고난을 생각하게 하옵소서….”
탈북 성도들의 말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북한에 남겨진 가족에 대한 절절한 아픔이 느껴졌다. 통성기도는 30분 넘게 이어졌다. 누구 할 것 없이 남과 북이 속히 하나 되길 간절히 간구했다. 탈북 성도들은 이날 가림막 뒤에서 간증을 했다. 탈북 성도의 얼굴이 직접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탈북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질 때 북한 가족들에게 화가 미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숨죽이며 은밀하게 믿음을 지키는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의 아픔과 고통을 상징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탈북 10년차인 박예경(39) 집사는 북한의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연방 눈물을 글썽였다. 박씨는 이날 김정일 사망 소식에 성탄의 의미를 모르는 북한의 가족과 한자리에서 성탄예배를 드릴 날을 기대하게 됐다고 간증했다. 북한 지하교회 성도였다는 박한나(65) 집사는 “하나님, 지금 제가 남한에서 자유로이 성탄의 기쁨을 맛보고 있습니다”라고 소리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참석자들은 ‘주님이 홀로 가신 그길 나도 따라가오’로 시작하는 ‘사명’이란 찬양을 목청껏 불렀다. 북한 감옥에 갇혀 있는 성도가 성탄을 그리워하며 지은 찬송시가 봉헌됐다.
탈북자들은 대량 탈북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내 식량 부족 등으로 탈북 의사를 내비친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삭 목사는 ‘김정일의 죽음에 즈음하여’라는 서신을 통해 한국교회가 이제 북한선교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예배실황은 오는 25일 성탄절 오전 5시와 오후 10시 북한 전역에 전해질 예정이다. 남한에서도 같은 시각 광야의소리 6275㎑(단파)와 극동방송, 모퉁이돌선교회 홈페이지(cornerstone.or.kr)에서 들을 수 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