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체제’에 철저히 대비하라
입력 2011-12-21 17:55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중국과 미국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갑작스러운 김정일 사망으로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외교·안보 환경이 요동칠 가능성에 신속히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권력 교체기를 맞아 미국은 중국을,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 두 국가는 또 김정은 체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면서 새로운 관계 설정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일찌감치 북한 주민들에게 조의를 표한 미국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으로 뉴욕 채널을 가동해 북한과 실무접촉을 가졌다.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문제가 의제였지만 비핵화와 미·북관계 개선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 새 지도부에 “평화의 길로 향하는 선택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비핵화 이행 등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건들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말이다.
중국의 경우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비롯한 수뇌부가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을 찾아 조문했다. 후 주석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임을 공식화했다. 후 주석은 김정은 체제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는 말도 했다. 북한의 유일한 후견국가 중국이 김정은 체제와의 관계 정립에 나선 것이다.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의 대응은 미흡하다. 김 위원장이 숨진 사실조차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고, 조의 표명도 미국보다 늦었다. 미국과 중국은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맞아 다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반해 현 정부는 안정적 관리에만 주력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1년2개월여 남은 임기 동안 기존의 대북정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등 ‘김정은 시대’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통일·안보라인의 인적 교체도 검토해볼 만하다.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역사적 소명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