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로 쌓은 내공 ‘색다른 안중근’ 선봬… 뮤지컬 ‘영웅’ 주연 조휘

입력 2011-12-21 21:22


뮤지컬 배우 조휘(30)는 인기보다는 실력으로 이름을 알린 케이스다. 미국 뉴욕까지 진출한 대형 뮤지컬 ‘영웅’의 국내 앙코르 공연 주연으로, 같은 작품의 조연을 맡던 그가 새롭게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허를 찌르듯 신선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닥부터 차근차근 입지를 다진 배우들보다 명성을 가진 TV스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가는 곳이 뮤지컬 바닥이니까. 19일 서울 여의도동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난 조휘는 “나만의 안중근 열사를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연을 할 때는 제가 못하더라도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장부가’를 부르면서 혼자 사형대로 걸어가는 신에서 말 그대로 외롭더라고요. (외로움이) 주인공의 책무랄까. ‘내가 아직도 내공이 부족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공연 때마다 떨어요.”

겸손과는 달리 트위터나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뉴욕 공연 주연으로 명성을 확보한 정성화와 비교해도, 연기나 노래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정성화와 함께 안중근 역에 더블캐스팅된 그는 “정성화 선배의 캐릭터를 그대로 따라하지 않고 나만의 것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똑같이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제가 연기하는 안중근은 끊임없이 고뇌하고 고민하는 인물이에요. 신앙을 가진 사람이 살인을 택했을 때의 번민…. 그의 동양평화론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까지도 끌어안는 커다란 의미의 평화사상이에요. 하지만 일단 선택한 일은 카리스마 있게 밀어붙이는 저돌성도 있지요.”

데뷔 작품은 2002년 ‘블루사이공’이지만 팬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건 2009년 ‘돈 주앙’ 즈음부터다. 이후 ‘왕세자 실종사건’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인기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디뎌온 배우답게 스타캐스팅으로 일관하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창작뮤지컬에 많이 출연한 편이다. 그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영향력 있는 선배들이 창작뮤지컬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안 하는 것도 이해는 되죠. 검증된 작품도 아니고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니까요. 이름값 있는 선배들이 커리어를 투자해서 출연한 작품이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하면 배우로서도 좋지 않고요. 하지만 저는, 돌이켜 생각해볼 때마다 ‘내가 선택한 그림이 나쁘지 않았구나’고 느껴요.”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설 때 그는 명함을 내밀었다. 휴대전화 번호에 이메일 주소까지 선명한, 직장인들의 그것과 다름없는 명함이다. 직함에는 ‘배우’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배우가 부끄러운 직업도 아닌데 명함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영웅’은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 뒤 다음 달 14일부터 2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다시 공연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