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장 “北 3대세습 성사땐 권력 갈등 점증”

입력 2011-12-21 21:41


충격은 덜하지만 공포는 더 큰 게 사실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대한 불안은 김일성 주석 사후보다 더 짙어 보인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 창립주역이자 편집인을 역임한 손광주(54·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장을 21일 만나 김정일의 죽음과 북한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손 소장은 손꼽히는 김정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저서 ‘다큐멘터리 김정일’(공저) ‘김정일 리포트’ ‘김정일 대해부’(공저)를 통해 ‘정신병자’ ‘은둔자’로 치부됐던 김정일의 개인사와 통치술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시도해 주목받았다. 그중 ‘김정일 리포트’는 일본의 북한 담당 기자들 사이에서 김정일 교과서로 통한다.

손 소장은 김정일의 죽음에 대해 “63년간 김씨 왕조체제의 몰락”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이 성사되고 1년쯤 북한은 진흙탕을 걸어가듯 질척질척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하지만 2년째부터는 권력 내부 갈등이 점증할 거라고 본다. 중장기적으로는 체제가 전환하고 북한이라는 국가가 소멸하는 과정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와중에 대규모 탈북, 내란, 소요, 핵무기 유출이나 군수공장 폭파 같은 북한 급변사태가 벌어질 확률이 10% 이상”이라며 “급변사태가 벌어지면 남한은 2400만 북한 인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게 (북한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해서는 “예정된 일이긴 했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대비가 덜된 급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근거로는 권력 이양 스케줄을 들었다. 3대 세습의 핵심 고리는 당 조직비서. 이걸 김정은에게 물려주지 못한 채 김정일이 세상을 뜬 것이다.

손 소장은 “(김정일이)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 생일(4월 15일) 무렵 김정은을 조직비서로 선임하려 했을 것”이라며 “시간표보다 빨리 김정일이 세상을 뜨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모든 대북 전문가들의 최대 관심사는 언제 김정은이 당 총비서에 추대될 것인가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4월 15일 이후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 했다.

손 소장은 ‘김정일의 북한’에 대한 평가도 덧붙였다. 김정일의 실패를 이해해야 ‘포스트 김정일’에 대한 전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 실패의 책임을 “(김일성보다) 김정일이 더 많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일성을 신격화하고 수령 절대주의를 사상적으로 제도적으로 건축해낸 게 김정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김정일이 아버지 우상화에 모든 국가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경제가 완전히 파탄났다”며 “적어도 북한 주민 입장에서 부자 중 누가 더 큰 해악을 끼쳤느냐를 묻는다면, 단연 아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국내외 매체 중 김정일 사망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도한 건 NK지식인연대였다.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 사실을 데일리NK와 함께 특종보도한 곳이다. 김정일 사후 쏟아진 북한 내부 정보의 상당수도 이들 북한전문매체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손 소장은 “(데일리NK는)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 중국 도시에 특파원을, 북한 내부에 통신원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며 “2000년대 중반 이후 북한전문매체들이 정부가 관리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북한 정보를 유통시키면서 북한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