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낮은 수준 조의’ 후 다음 조치는… MB, 의견 수렴 나서

입력 2011-12-22 00:23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대북정책을 정비하기 위해 직접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은 21일 7대 종단이 참여하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들과 간담회를 한 데 이어 22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20일 오전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등 외교안보자문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의견을 구했다. 이 자리에서 적절한 형태로 조의를 밝힐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많았고 이는 오후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거쳐 ‘북한 주민들에 대한 위로’로 구체화됐다.

청와대 내부에선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진 ‘낮은 수준’의 조의 표명에 긍정적 여론이 조성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튿날 내놓은 민간인 조전(弔電) 허용도 이 같은 판단과 무관치 않다. 당분간 이어질 의견수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야당과 민간단체들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중심의 민간차원 조문단 허용을 요구하는 상황이라서 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등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올해가 잘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며 “이럴 때 국론이 분열되지 않아야 한다. 잘 극복해 가는 것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 사망을) 온 세계가 동시에 알았다. 4개국 정상들과 연락해 들어보니 다들 똑같은 시점에 알게 됐더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만나서도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며 향후 대응방법에 대한 의견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만나는 건 지난 6월 이후 반년 만이다. 당초 청와대는 자유선진당을 포함한 3당 대표를 초청했다가 민주당이 “선진당을 빼던지, 통합진보당을 넣던지 하라”고 요구해 두 당 지도부만 초청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박 비대위원장, 민주당 원혜영 공동대표, 선진당 심대평 대표 등을 만나 정부 대책을 설명했다. 류 장관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개성공단 체류 국민에 대한 안전조치는 잘 취해졌고 북측도 각별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또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에도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전하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단 (발굴사업단을) 귀환시켰지만 북한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 않느냐”고 했다. 고려 왕궁터인 만월대 발굴은 대표적 남북 문화교류 사업으로 천안함 사건 후 중단됐다가 지난달 재개됐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조의 변화는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당국자는 “국민 여론도 고려해야 하고 한반도 안정 등 복잡한 변수들을 생각해 취한 조치이지, 대북정책 변화를 전제로 한 건 결코 아니다.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특별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연구위원도 “천안함·연평도 도발 이슈가 살아있는 한 현 정부 대북정책이 달라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원준 백민정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