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닷바람이 주는 ‘맛의 선물’… 제철 맞은 포항 과메기·영덕 대게

입력 2011-12-21 17:30


과메기와 대게의 계절이 돌아왔다. 경북 포항의 구룡포 해안도로는 과메기 덕장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영덕의 강구항은 대게찜의 구수한 냄새가 축제장을 방불케 한다. 영하의 날씨에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에서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포항과 영덕의 바다로 겨울 별미 여행을 떠나본다.

◇포항 과메기=구룡포항에서 호미곶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철조망처럼 길게 늘어선 과메기덕장으로 이색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바닷바람이 차가워지는 12월부터 내다걸기 시작한 꽁치가 냉동과 해동을 거듭하며 꼬들꼬들한 과메기로 건조되는 중이다. 과메기 특구로 지정된 포항에서 생산되는 과메기는 전국 생산량의 80%.

과메기는 말린 청어인 ‘관목청어(貫目靑魚)’에서 나온 말. 꼬챙이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이다. 포항에서는 ‘목’이란 말을 흔히 ‘메기’ 또는 ‘미기’로 부른다. 이 때문에 ‘관목어’는 ‘관메기’로 불리다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과메기’로 굳어졌다.

과메기는 본래 청어로 만들었지만 1960년대 말 이후 청어 어획량이 줄자 꽁치로 대체됐다. 요즘 생산되는 과메기는 길이 25∼30㎝의 원양산 꽁치. 갓 잡은 꽁치를 섭씨 영하 10도의 냉동상태로 보관했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 후 바닷가 덕장에 내다건다. 꽁치는 적당한 기름기를 머금고 있어 과메기 맛을 제대로 내는 데다 가공 속도도 청어보다 빠른 편.

내장을 제거한 꽁치를 3∼4일간 해풍에 말린 과메기는 물회와 함께 포항을 대표하는 겨울 별미. 붉은 빛이 감도는 과메기는 고단백으로 지방산인 EPAD와 DHA 함량이 높아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특히 과메기는 비린내도 없고 쫄깃쫄깃해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영양식품.

서민식품인 과메기는 값도 저렴하다. 요즘은 진공 포장된 과메기가 나오면서 사철 즐길 수 있지만 과메기의 제철은 찬바람이 부는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그중에서도 바닷바람이 매서운 12월과 1월에 생산된 과메기를 으뜸으로 꼽는다.

과메기는 취향에 따라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김이나 배춧잎에 초장을 묻힌 과메기와 마늘, 파를 넣고 싸서 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미역은 과메기의 기름기가 잘 배출되도록 하면서 과다한 영양 섭취를 억제하고 마늘은 과메기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포항 죽도시장과 구룡포 및 포항시내에 과메기 전문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054-276-0760)에 연락하면 택배주문도 가능하다. 과메기 1㎏에 1만7000원 안팎으로 택배비는 별도.

◇영덕 대게=영덕의 어민들은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지역보다 한 달 늦은 12월부터 대게를 잡기 시작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대진항, 강구항, 축산항 등 크고 작은 항·포구는 대게잡이 배가 부산하게 오가고 음식점마다 대게를 찌는 구수한 냄새가 미각을 유혹한다.

강구항은 해돋이가 아름다운 항구로 우리나라 최대의 대게 유통산지. 대게 등딱지 색깔을 닮은 주홍빛 해가 솟으면 대게잡이 어선들이 갈매기 떼와 함께 속속 강구항으로 귀항한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큼직한 대게들이 어판장 바닥에 깔리는 모습은 장관 중의 장관. 어부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대게를 크기에 따라 분류해 놓으면 순식간에 중매인들이 경매사를 둘러싸고 흥정에 들어간다.

보통 영덕대게라면 강구항과 축산항 앞바다에서 잡히는 대게를 말하지만 요즘은 영덕에서 거래되는 대게를 모두 영덕대게하고 부른다.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못했던 1930년대에 대게를 비롯한 해산물의 중간집하지가 영덕으로 고착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덕분에 같은 바다 출신 대게라도 영덕에서 팔리면 ‘영덕대게’라는 이름이 붙어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는다.

영덕대게는 12월부터 5월이 제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를 쪄 살을 발라 먹고 등딱지에 밥을 비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다리의 마디 형상이나 누르스름한 빛깔이 마른 대나무와 비슷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들어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대게로 워낙 귀하신 몸이라 2㎏ 가량의 대형이면 경매가가 1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그러나 희귀성 때문에 값이 비쌀 뿐 일반 대게와 맛 차이가 크지는 않다. 강구항에는 대게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400여 곳이나 성업 중이다.

대게 이웃사촌에 홍게가 있다. 생김새는 대게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강하다. 특히 대게는 배와 다리 안쪽이 흰 빛을 띠지만 홍게는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이다. 심해에서 잡히는 홍게는 껍질이 단단하고 짠맛이 강해 값도 싼 편이다. 꽃게는 몸통, 대게는 다리, 킹크랩은 집게발이 맛있다.

영덕군에서 운영하는 영덕마켓 홈페이지(www.ydmarket.co.kr)에는 대게를 택배로 판매하는 업체들의 연락처와 가격 등이 상세하게 안내돼 있다. 1㎏짜리 박달대게 1마리에 12만원 안팎.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