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이희호·현정은 조문단, 남북경색 ‘훈풍’ 될까

입력 2011-12-21 18:34

정부가 조문을 허용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위한 실무협의가 2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민간 차원의 이번 조문단이 경색된 남북관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이 외국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이 여사와 현 회장이 남북관계에서 각각 차지하는 위상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돈독했던 개인적 관계를 감안하면 조문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은 생전 이 여사에게 방북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이 여사, 현 회장 측도 조문 수용을 기정사실화하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의 핵심은 체류 일정과 경로, 동행단 규모 등이다. 27일까지 조문기간이고, 28일이 영결식이어서 그 전에 방북해야 한다. 경로는 서해 직항로 비행기 또는 육로를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은 “이 여사가 고령이고 혹한이어서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실외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영결식에는 참여하기 곤란하고 베이징을 경유해 방북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는 의미다.

동행단의 경우 이 여사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 등 김대중 정부 핵심 관계자들을, 현 회장은 대북사업 핵심 관계자들을 동행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정부가 10·4선언을 함께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망인인 권양숙 여사의 조문도 함께 허용해야 한다”고 밝혀 권 여사의 동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일부가 박 의원의 경우 정치인이어서 방북을 불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이 이들의 조문을 받아들일 경우 남북관계 개선에도 청신호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여사는 ‘햇볕정책’, 현 회장은 ‘남북경협’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인 만큼 ‘김정은 체제’가 두 기조의 유효성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 서거 시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북측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경우처럼 남측 조문단이 김정은을 비롯한 북측 핵심 실세들과 ‘특별 회동’을 가질 경우 악화일로의 남북관계에 해빙 무드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특히 조문단에는 통일부 실무진도 동행할 방침이어서 당국 간 접촉이 이뤄질 수도 있다.

김정은으로서도 아버지와 각별했던 남측 조문단에 최대한 예우를 보일 경우 아버지의 유훈을 이어가는 동시에 일종의 ‘효도’를 하는 측면도 있어 단순히 조문만 하게 하고 그냥 되돌려 보내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아울러 북한 정권의 핵심 현안인 남북관계에 전면에 나섬으로써 국가를 대표하고, 외교적으로도 데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여사나 현 회장이 미망인이고, 경협의 경우 당국이 풀어야 하는 사안이어서 남북관계를 당장 좋게 하는 획기적인 방북 결과가 나오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손병호 김수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