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北, 김정일 사망 장소·일시 조작했다면 왜?
입력 2011-12-21 18:24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일시와 장소 등을 북한이 조작해 발표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21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방송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국정원과 엇갈린 분석을 내놓아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원 원장 발언대로 발표 내용과 사실이 다르다면 북한이 의도적으로 김 위원장의 사망 정황을 조작했다는 얘기가 된다. 북한이 대외 신뢰도 추락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최고 지도자 죽음을 왜곡했어야 할 이유는 뭘까.
가장 유력한 가설은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과정에서 숨졌다고 강조해 ‘인민을 위해 일하다 순직한 지도자’의 이미지로 포장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도 ‘집무 중 순직’이라는 표현을 썼다. 90년대 중반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고난의 행군’ 시절에는 “(김정일) 장군님은 인민을 잘살게 만들기 위해 1년 365일 쪽잠(새우잠)과 줴기밥(주먹밥)을 먹으면서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인민의 고통에 동참하는 모습을 부각시켜 그를 죽어서도 존경받는 지도자로 미화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암살, 쿠데타 등 북한이 차마 밝힐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북한 체제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진실을 은폐해 김 위원장 사후 혼란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이 반체제 세력에 의해 축출당했다면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국정원의 정보분석 능력에 대한 의심을 기반으로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원 원장의 보고대로 김 위원장이 평양 용성역에 정차한 열차에 탔었는지 확인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복수의 특별 전용열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어떤 열차를 이용하는지는 북한 내부에서도 최고 극비사항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반나절 동안 김정은이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이러한 배경에는 국정원의 잘못된 분석이 작용했다는 설이 유력했다.
여기에 군은 국정원과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아 혼선을 부채질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전용)열차가 이동한 위치는 알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그 열차에 탔는지는 알 수 없다.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탔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열차가 움직이기는 했다는 의미로 원 원장의 발언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중대한 사안을 두고 국정원과 군이 여전히 기본적인 정보조차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노출한 셈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와 국정원의 정보공유 문제는 없다”며 “김 장관 말씀은 일반적인 상황에 대한 것이었고 그 상황에는 원 원장 말씀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