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후계자 金, 첫 작품은 ‘대장 명령 1호’… 軍 장악 과시
입력 2011-12-21 21:33
북한 김정은이 지난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직전 전군에 ‘김정은 대장 명령 1호’를 하달한 것은 일각의 관측과 달리 그가 군을 장악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김정은의 명령 1호는 전군에 훈련을 중지하고 즉각 소속부대로 복귀하라는 내용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이 인민군에 처음으로 내린 명령이자, 그가 곧 인민군 최고사령관 직위에 오를 것을 암시한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군은 이 명령에 의해 현재 훈련을 전면 중지한 상태이며 최전방 말단 부대에까지 조기를 게양하고 김 위원장을 추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 지도부는 권력승계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후계자 김정은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과도통치 기구를 구성해 통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정보원은 이 같은 내용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과도통치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큰 만큼 김정은이 당장 권력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후 3년 동안의 유훈통치 기간을 거친 뒤 최고지도자 지위에 올랐던 것처럼 김정은도 아버지 전례를 따를 것이란 분석이다.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 개막은 유훈통치 기간에 달려 있다.
그 전까지는 당 중앙군사위 등을 통해 ‘얼굴 없는 정치’ ‘리모콘 정치’를 할 개연성이 높다. 국정원이 북한 최고 국가기관인 국방위원회를 제쳐두고 미래권력의 핵으로 당 중앙군사위를 꼽은 이유는 현재 김정은이 가진 유일한 직책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기 때문이다. 위원장은 김 국방위원장이 겸직했었다.
당 중앙군사위는 북한 인민군을 관장하고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로, 지난해 9월 44년 만에 열린 당 대표자대회에서 당 규약이 개정되기 전까지 비상설 협의기구에 불과했다. 김 위원장은 김정은 후계체계 구축을 위해 이름뿐이었던 당 중앙군사위를 상설 최고 군사기관으로 격상시키고 아들을 부위원장에 앉혔다. 그리고 거의 모든 군 수뇌부를 배치했다. 군 경험이 전혀 없는 김정은에게 군권을 장악하게 하려는 배려였다.
당 중앙군사위원은 김 위원장 사망으로 18명으로 줄었다. 김정은과 이영호 군 총참모장(부위원장·차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차수),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명국 총참모부 작전국장,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김원홍 총정치국 조직 담당 부국장, 정명도 해군사령관, 이병철 공군사령관, 최부일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윤정린 호위사령관,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최용해 당 비서(이상 대장), 김영철 정찰총국장,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최상려 미사일지도국장, 최경성 11군단장(이상 상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위원이다.
당 중앙군사위는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군 총참모장을 비롯해 총참모부 작전국장, 해·공군사령관 등 군 핵심 지휘관들이 포함돼 있어 이들이 포함되지 않은 국방위원회에 비해 군을 통솔하기에 적절하다. 국방위 부위원장인 이용무 전 총정치국장(차수), 오극렬 전 총참모장(대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포함되지도 못했고 다른 국방위 부위원장들인 김영춘과 장성택도 위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당 중앙위원회가 북한 헌법상 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를 능가하는 힘을 갖게 된 것은 김정은이 부위원장직에 오른 지난해 당 대표자대회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 이전에는 당 중앙군사위 직책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으나 당 대표자대회 이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들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들보다 먼저 호명됐다.
당 중앙군사위원들은 북한 미래권력 중심이자 김정은의 든든한 후원세력이다. 그중 이영호 김정각 우동측 김원홍 등이 핵심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영호는 지난해 당 대표자대회에서 김정은과 함께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른 인민군 최고 실세다. 김정은은 군 인사 및 감독권을 장악하고 있는 김정각을 통해 군의 모든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동측은 2009년 4월 17년 만에 상장으로 승진한 뒤 다시 1년 만에 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는 그가 파워 엘리트에 대한 감시와 통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