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美 고심 끝에 나온 표현 2제는… ‘위로’ ‘새 지도부’
입력 2011-12-21 18:12
미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이후 사용하는 공식 언급 중에는 고심 끝에 나온 표현이 두 가지 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을 배려해야 하고, 미국 내 여론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김정은 후계체제 지지나 용인에 대해 너무 앞서나가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는 판단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명의의 조의 성명에는 ‘애도(condolence)’라는 표현이 사용되지 않았다.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 명의의 성명에서 이 단어가 쓰였다. 표현 수위가 떨어진 것이다. 대신 ‘북한 주민들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deeply concerned), 우리의 염려와 기도(thoughts and prayer)가 함께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왜 condolence라는 표현이 빠졌느냐’는 질문에 “이번 경우에는 그 단어가 적절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만 답변했다. 미 정부는 표현 수위를 놓고 상당히 고민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와 조율 과정도 거친 표현이다.
미국이 김일성 사망 당시보다 표현 수위를 낮춘 것은 우선 연평도·천안함 사건을 겪은 한국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또 미국 내 여론도 감안한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와는 달리 지금은 북한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다. 불량국가 이미지가 굳어진 탓이다. 자칫 수위를 높였다가는 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지금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새 지도부’란 표현도 자주 사용된다. 백악관 국무부 당국자들은 일제히 이 표현을 쓴다. 이는 김정은을 지칭하는 말이다. 김정은이라는 호칭을 사용할 경우 아예 김정은 후계체제를 지지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서 고위 당국자들은 거의 입에 올리지 않는다.
사실상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그 수준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새 지도부의 행동에 따라서는 이 표현이 좀 오래 갈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