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미국의 對北 메시지 배경은… ‘체제 전복’ 北우려 해소시켜 불확실성 사전 제거
입력 2011-12-21 18:12
미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자국의 정확한 의중이 북한에 전달되기를 바라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재빠르게 ‘평화적, 안정적 전환’을 강조하고, 이보다 앞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새롭게 제기되는 핵 관련 우려는 없다”고 언급한 것은 미국의 생각을 우선 밝힌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한 상황인식을 공유한 것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미국-중국-북한으로 이어지는 소통 부재가 더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급변사태 시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핵무기와 핵물질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이 아직까지 급변사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북한의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우발적 사태가 발생한다면 동맹국 한국은 물론 미국의 안보 이익에도 심대한 악영향이 미치게 된다.
미국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북한이 품고 있는 체제 전복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켜줄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 내부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클린턴 장관이 고위 당국자로서 첫 언급한 ‘안정적 전환’이라는 표현은 미국이 북한에 주문하는 것인 동시에 북한에 대해 이번 사태와 관련, 아무런 ‘위해(危害)적 조치’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새 지도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북한 정권 전복 의사가 없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김정은 체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이 새 지도부를 인정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미국은 이 같은 입장을 전하면서 중국도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같은 입장은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에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20일(현지시간) 새 지도부를 향해 재차 비핵화 결단을 내리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주목되는 것은 미 국무부가 의도적으로 전날(19일) 북·미 당국 간 접촉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뉴욕 채널 접촉은 수시로 있는 것이며, 미 당국이 밝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무부가 이례적으로 먼저 공개한 것은 북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강조하려는 의도가 함축돼 있다. 사망 발표 하루 만에 북한에는 우려를 해소시키고, 중국에는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애도기간이 끝나고 안정적 전환이 이뤄질 경우 식량 지원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잠정 중단에 이은 북·미 3차회담 등 양국 간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이 전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현재 북한 새 지도부의 첫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현함으로써 미국이 현재로서 더 할 것은 없다”며 “이제 새 지도부의 첫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추도기간이 끝나는 28일까지는 의미 있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따라서 내년 초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북한 지도부의 첫 반응이 미국의 다음 수순을 결정짓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제네바 협상 때처럼 북·미 대화가 속도를 낼지, 또다시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할지 결정될 것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