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삶의 풍경] 밥상과 식탁
입력 2011-12-21 17:36
밥상이 없어졌습니다. 빙 둘러앉아 묵은김치와 몇 가지 소찬에 보리밥을 뚝딱 해치우던 그런 밥상 말이에요. 언젠가 집을 나간 오빠와 언니가 돌아와 아버지의 꾸중을 묵묵히 듣던 밥상은 이제 없습니다. 어른의 꾸중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이 진정으로 그 자릴 대신했으니까요. 서로 부딪치며 고기반찬에 침을 꿀꺽거리며 젓가락질 서두르던 그 밥상은 이제 없습니다. 누룽지 펄펄 끓여 구수한 숭늉에 행복해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인정의 밥상 대신 대리석으로 단장한 식탁 위에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밥을 하루에도 몇 번씩 따로 먹으며 번거롭습니다. 빈곤 대신 풍요가 앉은 밥상 위엔 인정과 사랑은 사라지고 오로지 이기와 냉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화려하고 맛없는 밥상 대신 소박하고 단아한 밥상에서 가족들 도란도란 앉아 진짜 정성스런 밥상을 챙길 그런 날을 지긋이 그려봅니다. 추억으로 앉은 밥상이 그 옛날 진짜 사랑의 밥상이었던 거지요.
그림·글=김영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