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알고 싶다면 히브리 문화부터 이해… ‘히브리적 성경해석학’ 전파하는 김주석 목사
입력 2011-12-21 17:19
대구 실로암교회 김주석(54)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도 히브리적 사고와 성경해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성도가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행함 없는 종교인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 목사는 1997년부터 개척한 교회와 총신대를 비롯한 4개 대학에서 ‘히브리적 사고’의 내용을 담은 성경해석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방법으로 그는 교회와 대학 강단에서 신앙적으로 방황하던 이들이 말씀으로 회개하고 돌아오는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다.
김 목사는 14년 전 전도사 시절에 개척한 교회에서 담임 목회를 하며 성경신학을 연구했다. 개척한 교회 당회장이자 목회 멘토인 백준기 목사가 신학을 깊이 연구해 보라며 이를 추천한 게 계기가 됐다. 히브리적 사고를 접하게 된 건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하게 되면서부터다. 김 목사는 1999년 유학하던 미국 코헨대에서 유대인계 미국인 게리 코헨 총장을 만나 말씀을 하나님 중심으로 조명하는 히브리식 사고방식을 배웠다. 성경에 등장하는 히브리인의 생각을 통해 하나님의 의도를 더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그는 2005년부터 총신대 신대원에서 신학과 히브리식 사고를 접목한 성경해석 방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목사는 9권의 저서를 펴냈고 교회 안팎에서 히브리인의 문화이해로 바른 성경해석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지속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왜 히브리적 사고로 성경을 봐야 하느냐’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성경의 문장구조와 흐름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효과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의 문화 속에서 형성된 사고를 알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죠. 히브리인의 사고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말씀에서 하나님의 생각과 계획, 뜻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추구하는 목회철학도 히브리적 사고와 맥이 닿아 있다. ‘섬기는 목회’와 ‘가르치는 목회’를 추구한다는 김 목사는 교회 성도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도록 히브리적 성경해석을 집약한 설교로 가르치고 있다. 특히 그가 설교에서 강조하는 것은 ‘말씀의 습관·체질화’다. 황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크리스천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려면 말씀이 생활에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히브리인들은 ‘가르친다’는 말을 신명기 6장 7절을 인용해 송곳으로 찌르듯 자극을 준다는 것과 에스라 7장 10절을 들어 습관화한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믿는 우리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 나가려면 성경적 방향을 바로 알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의 설교를 들은 실로암교회 성도들은 ‘삶의 현장에서의 개별적 실천’을 중시한다. 성경해석을 통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확히 가르쳐 성도들이 주님이 원하시는 길을 고민 없이 선택하도록 한다. 대표적인 예가 자살 문제다. 자살을 히브리식으로 나타내면 수동과 능동으로 표현을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성경에서 인간의 죽음은 모두 수동태로 표현했고 예수님의 죽음을 나타낸 ‘운명하시다’(눅 15장 37절)란 말은 능동으로 적혀 있다. 김 목사는 이를 근거로 모든 인간은 자살할 권한이 없는 것으로 풀이하며 성도들에게 ‘성경적으로 자살은 옳지 않다’는 것을 가르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히브리적 사고로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김 목사는 우선 이들이 하나님을 어떤 분으로 이해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애굽기 3장 7∼8절 말씀을 들어 히브리인들이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알고 계시는’ 인격의 하나님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들은 무슨 일이든지 사람의 눈치를 보기보단 먼저 하나님을 의식한다고 주장했다.
“삶 속에서 인격적인 하나님을 의식하는 것은 곧 신앙생활에 브레이크를 갖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나쁜 생각이 들더라도 하나님께서 보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면 절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내 행실을 본다고 해도 조심하게 되는데 하나님이라면 더 주의하지 않겠어요?”
그는 이어 목회자들도 하나님이 지켜보신다는 생각으로 설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나님이 듣고 계신다고 생각하면 절대 성도들에게 말씀을 적당히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면 주님께서 전하신 말씀 그대로, 성도들이 알아듣기 쉽게 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교 지론이다.
히브리적 사고와 성경해석을 주창하는 김 목사의 최종 목적은 세계복음화다. 미국 선교사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여 4대째 신앙의 유산을 물려받은 그는 전 세계인의 가슴 속에 십자가와 부활을 전할 때까지 계속 태권도 선교활동과 히브리적 성경해설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1997년부터 중국과 인도에 선교후원을 해온 교회는 최근 개척한 인도 뱅갈로르 행복한교회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성경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사울 같은 종교인은 될 수 있지만 회심한 바울처럼 능력 있는 성도의 삶은 살 수 없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성도 수만 늘어난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방지키 위해 앞으로도 교회와 강단에서 히브리적 사고와 성경해설을 알려 ‘하나님을 의식하는 성도’를 세워 갈 것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