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메멘토 모리
입력 2011-12-21 17:43
#연말이라 송년회 모임 공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올해는 ‘최소한의 참석’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애매한’ 송년회에까지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해가 갈수록 차분하고 조촐하게 연말을 보내고 싶은 마음, 저만 그런 건 아닌 듯합니다. 주위 친구나 동료들도 꼭 필요한 자리만 참석하려 애씁니다. 송년문화가 선진국 모드로 전환되는 바람직한 현상일테지요.
#프런트에 연세대 설립자 언더우드의 증손자 피터 언더우드를 올렸습니다. 최근 연세대 재단 정관개정 논란과 관련, 언더우드 가족을 대표해 성명을 발표한 분이었죠. 피터는 겉만 미국인이지 속은 한국인과 다름없네요. 구수한 말투엔 한국사랑이 잔뜩 녹아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파벌싸움이 너무 심하고, 예수님이 우선돼야 하는데…”라는 멘트에선 한국 성도보다 더 한국 교회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34면 ‘코리아 갓 탤런트’ 2위 수상자 최성봉과 후견인 박정소씨 이야기엔 영화나 드라마가 담을 수 없는 ‘리얼’한 감동이 있습니다. ‘픽션은 논픽션을 넘어서지 못 한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35면 청도에 어머니 이름 딴 예배당을 건립한 최복호 디자이너 스토리도 연말을 훈훈하게 데웁니다. ‘풍경이 있는 교회’ 광양대광교회 편은 문화복지를 통해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착근한 교회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다른 교회에 많은 참고가 될 듯합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부음이 연말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꿀 사안이라 관심집중은 당연합니다. 지난 주말엔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별세하기 한 달 전 가톨릭 신부에게 건넨 24개항의 질문서가 공개돼 화제였죠. 질문서엔 삶과 죽음. 신과 인간, 선과 악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근원적 물음들이 가득합니다. 절대권력자도, 최고 부호도 죽음 앞에선 유한하고 나약한 인간일 뿐임을 새삼 느낍니다. 다시 한번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와 ‘코람 데오(하나님 면전에서)’를 생각케 하는 연말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박동수 종교기획부장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