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北군부 ‘최대 후원자’로 나설 듯
입력 2011-12-21 05:16
북한의 새 지도자로 등극한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 앞에서 조의를 표하는 장면이 20일 공개됐다.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 위원장의 시신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김정은을 비롯한 당·군·정 핵심간부들의 김 위원장 빈소 참배 장면을 동영상을 내보냈다.
북한은 특히 이 동영상을 통해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유리관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도 그대로 방영하고, 부친 영전에 바친 조화도 보여주는 등 충성심과 효심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목적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은은 이날 인민복 차림의 상복을 입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이영호 군참모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과 함께 부친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내 대형홀로 들어섰다. 그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시신 앞으로 이동했고, 걸어가면서 아버지 시신을 줄곧 쳐다봤다. 얼굴은 침통했지만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김정은은 대형홀에 이미 도열해 있던 오극렬 이용무 국방위 부위원장 등과 순서대로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군복 차림의 이용무와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김정은에게 깍듯이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이어 김정은과 간부들은 김 위원장 시신 앞에 일제히 머리를 숙여 한참 동안 참배했다. 조의를 표한 뒤 김 위원장은 부친의 시신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고, 곧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입을 굳게 다물고, 얼굴을 찡그리며 애써 울음을 참는 모습도 포착됐다.
동영상에는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또 라이벌 관계로 알려진 장성택과 오극렬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는 장면도 처음으로 포착됐다. 이용무 김영춘 김경희 장성택 등이 김정은과 조문을 함께하는 사진이 공개됨에 따라 이들이 후계 구도의 최대 후원자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참배에는 이 밖에 강석주 내각 부총리,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최태복 양형섭 박도춘 비서 등 북한정권 핵심실세 20∼30명이 참석했다. 10명 안팎의 북측 취재진들이 참배 모습을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장면도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당과 국가, 무력기관의 책임일꾼과 함께 김정일 동지의 영구(靈柩·시신이 담긴 관)를 찾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