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안가려면 수업 듣지마' 아주대 논란

입력 2011-12-20 20:50

아주대가 직무적성검사 모의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에게 내년부터 전공과목을 수강하지 못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직무적성검사는 대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치르는 시험으로 사실상 취업준비를 하지 않는 학생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아주대 전자공학부는 지난주 학부 3, 4학년 학생 400여명에게 수강신청시 직무적성검사 모의시험 성적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삼성, LG, SK, STX, CJ, 두산, 한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공기업의 모의 직무적성검사 성적을 내지 않은 학생은 내년 1학기부터 전공과목에 대한 수강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졸업을 위해 주당 4시간씩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전공실험’ 참가도 금지된다.

학부 측은 3만원 안팎인 모의 직무적성검사 비용을 지원하기로 하고 내년 2월 시험 준비방법 등 적성검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전자공학부 학부장 정기현 교수는 “학생의 취업을 도와주는 것이 학교의 의무”라며 “올해부터 어려워진 직무적성검사 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이 많아서 이렇게 결정했다. 점수와 상관없이 성적표만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취업자 양성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학생은 “취업이 중요하긴 하지만 노예로 전락한 기분이다. 강압적인 취업위주 교육에 회의가 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다른 학생은 “취업이 아무리 중요하다고해도 수강신청 조건을 내건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취업이 아닌 다른 목표를 갖고 있는 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전자공학부가 수강신청에 제한을 두면서 사전에 필요한 학교 교무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됐다.

교무처의 한 관계자는 “수강신청을 제한하려면 해당학부가 교무처에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는 교칙이 있는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원=김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