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방 순회공연 부탁했었는데 약속 못지켜 아쉬워”… 김정일 만난 김연자의 회고

입력 2011-12-20 18:53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함께 제가 부른 메들리 테이프를 들은 게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일본 활동을 열심히 해서 나라의 긍지를 높인 것도 좋게 평가해줬어요.”

가수 김연자(52·사진)씨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인연을 이같이 회고했다. 2001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제19차 4월의 봄 친선 예술축전’을 통해 남한 가수 최초로 북한에서 공연한 그는 당시 김 위원장 부탁을 받아 따로 공연을 열었다. 이듬해 4월에도 같은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북, 김 위원장과 환담을 나눈 인연이 있다.

김씨는 일본 야마카타(山形)에서 디너쇼를 마치고 도쿄로 이동하던 기차 안에서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얼마 전까지 김 위원장이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걸 TV로 봤거든요. 이제 건강이 회복됐구나 했는데….”

그는 10년 가까이 지키지 못한 김 위원장과의 약속 하나를 거론했다. 2002년 만남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 지방 순회공연을 열어 달라고 해 수락했지만 지금까지 실천에 못 옮겼다는 것. 이유는 같은 해 불거진 일본인 납치 문제.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는 김씨 입장에서는 일본인들의 반북 감정을 고려할 때 북한 콘서트를 여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김 위원장과 대화하며 받은 인상이 어땠는지를 물었더니 그는 “세계적인 음악 흐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가 존경하는 가수가 세 분 있어요. 패티김 이미자 선배님과 일본에서 ‘엔카의 여왕’으로 통하는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 이분들 따라가려고 노력하는데, 김 위원장은 제 노래를 듣자마자 알더라고요. 세 가수를 거론하면서 세 명의 장점을 골고루 가진 것 같다고.”

전날 밤 입국한 김씨는 28, 29일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에서 송년 디너쇼를 열 예정이다. 그는 “많은 분이 공연장에 오셔서 가슴 속에 쌓였던 울분을 다 해소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