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김정일 사망 시간·장소 못믿겠다”… 원세훈 국정원장, 의혹 제기
입력 2011-12-20 11:38
북한이 공식 발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일시와 장소가 우리 국가정보원이 파악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북한 발표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향후 김 위원장 사망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북한이 전날 방송한 내용과 방송 이후 국정원이 파악한 김 위원장 사망 당시 주변 정황이 서로 맞지 않는다”며 “사망 일시나 장소에 대한 북한 방송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17일 오전 8시30분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원 원장이 북측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 사망 시간과 장소에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볼 때 국정원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사망 시간과 장소를 조작했을 경우 김 위원장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게 아닐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다른 정보위원은 “원 원장이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평양 용성역에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가 어디에 가려고 열차에 탄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열차가 움직인 흔적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 위원장 사망 장소와 관련해 “여러 상황을 검토 중이며,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전용) 열차가 이동한 위치는 알고 있지만 그 열차에 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국정원이 이틀 동안이나 사망 사실을 몰랐다는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물타기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원 원장은 “(북한의 발표 전까지)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황진하,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원 원장은 김정은 후계체제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으며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북한 장의위원회 위원 232명 전원이 친(親)김정은 세력으로 분류된다”면서 “구세력 인사들은 명단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 김 위원장 장례 이후 북한 신·구파 간 권력투쟁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그는 “김 위원장 장례 기간 북한을 자극한다든지 남북관계를 훼손하는 언행에 대해 특별히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유성열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