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진·美 신용 강등·김정일 사망 등 잇단 대외 악재에… 증시 13일에 한번 3%이상 ‘출렁’
입력 2011-12-20 18:31
올해 국내 증시는 유난히 많은 대외 변수에 시달리며 심한 몸살을 앓았다. 대외 변수는 동일본 대지진과 미국 신용등급 강등,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등 천재지변부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다양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은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에 도달했고, 투자자들은 변동장세 속에서 단기매매에 치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거래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41거래일간 277.02포인트 하락했다. 하루 평균 오르거나 내린 폭(일평균 변동성)이 1.24%에 이르렀다. 일평균 변동성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1.67%를 기록한 이후 2009년 1.15%, 지난해 0.73%로 점차 하락하다 올해 수직 상승했다.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지수가 출렁였다는 의미다.
종가가 전날과 비교해 2% 이상 오르거나 내린 거래일은 43일, 3% 이상 변동한 거래일도 전체의 7.5%에 해당하는 18거래일이었다. 주식시장이 열리는 13일 중 하루는 증시가 3% 이상 요동을 친 셈이다.
주가지수가 3% 이상 변동한 18거래일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을 받은 8월 이후에 집중됐다. 18거래일 가운데 10거래일은 하락, 8거래일은 상승했다. 하락할 때의 폭이 상승폭보다 컸다. 5% 이상 변동은 3회였고, 그중 하락은 2회 있었다. 대외 악재가 최고조였던 8월 19일에는 6.22%(115.7포인트)나 떨어졌다. 8월 5일부터 9일까지는 매일 3% 후반의 하락폭을 유지하며 3거래일 만에 10.76%가 떨어지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증시 변동성을 증폭시켰다. 각종 악재가 터질 때마다 자금을 회수하면서 시장 불안감을 부추겼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더블딥(경기 이중침체) 우려가 불거졌던 8월 초에는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이 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며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가 대외 악재에 취약하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변동성이 심한 장세 속에서 개인 투자자는 정치인 테마주 등 개별 종목을 찾아 단기매매를 하는 데 주력했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한국거래소의 월별 회전율(Share Turnover Velocity)은 세계 51개 거래소 가운데 2∼5위를 꾸준히 유지했다. 지난달 말 현재 한국거래소의 회전율은 186.2%로 미국 나스닥 OMX(276.1%), 중국 선전증권거래소(256.8%)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회전율은 주식거래량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으면 주식의 주인이 자주 바뀌었다는 의미다.
출렁임이 심한 장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 북한체제의 불확실성이라는 장기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유럽 금융불안 상황과 맞물려 상당기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