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 이라크 종파갈등 격화… 정국 주도권잡기 충돌

입력 2011-12-20 21:48

이라크의 정치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쟁 개시 9년 만에 미군이 완전 철수한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 간 정국 주도권 다툼이 거세지고 있는 것.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가 수니파 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까지 발부하면서 이라크 정국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시아파·수니파 정면충돌=이라크 사법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타리크 알하셰미 부통령에 대해 정부 관리들에 대한 폭탄테러 및 암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라크 국영 알이라키야 TV는 이날 알하셰미의 경호원들이 정부 관리들과 경찰에 대한 폭탄테러 공격을 지시받았으며 그 대가로 건당 3000달러를 받았다고 자백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이들은 최소 6건의 테러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라크 정부는 알하셰미 부통령에게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그는 이미 북부 쿠르드 지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판이 쿠르드 자치정부에서 열린다면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미군들이 마지막으로 철수한 18일 수니파 정당연맹체인 이라키야는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며 의회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알말리키 총리는 수니파 수장인 살레 알무트라크 부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라키야는 알말리키 총리의 ‘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내각 참여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양측이 대화를 통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왜 싸우나=이라크에서는 최근 살라후딘, 안바르주(州)에 이어 지난 12일 동부 디얄라주까지 자치정부 수립을 주장하면서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고조돼왔다. 이들 지역에서는 수니파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라크전쟁으로 축출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집권 때까지 이라크를 지배했던 수니파는 이후 시아파에 권력을 내줬다.

미군의 영향력 하에서 세력 균형을 유지해 왔지만 미군 철수 이후 양측의 해묵은 종파 갈등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악화되자 쿠르드 자치정부의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은 이라크 정부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흐산 알샤마리 바그다드대 교수는 “수니파는 중앙정부에서 최고 권력을 가지기보다 자신들이 다수인 지역에서 연방제 형태의 권력분점을 원한다”면서 “이는 미군 철수 이후 이라크 내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